빠르고 대단한 발전은 없다.
빠르고 대단한 발전을 추구하지 마라.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해라.
그것이 실력을 습득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게 얻은 실력은 오래 유지된다.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최근 읽은 책인 탤런트 코드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인데, 아주 크게 공감했다.
위에 쓰인 것과 다르게, 지난 10년 간 나는 "빠르고", "대단한 발전"을 추구하는 그로스해킹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990년 후반 테크버블 이후 부침을 겪은 VC 시장은 2000년대를 지나며 점차 회복했고, 2010년대 빈티지 VC 펀드는 태평성대라 불릴 만큼 스타트업에 호의적인 시장이었다. 그야말로 버블이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그로스해킹, 퍼포먼스 마케팅 같은 기법들도 이때 쏟아져나왔다.
풍부한 돈으로 유저와 트래픽을 사면 스타트업과 VC 모두 행복했다. 빠르게 성장해, M&A나 IPO를 통해 엑싯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코로나를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시장은 기대가 아닌, 실적 위주로 회사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태평성대를 지나며 생긴 거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사라졌다. 수백억 달러의 시가총액과 함께.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빠르고', '대단한' 발전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해변의 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물이 빠지고 나니, 내가 수영복을 입지 않은 채 수영하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최근 10년 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성장해야 내 것이 된다.
탤런트 코드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진 재능의 비밀(Talent Code)을 밝혀낸다.
글쓴이는 이 비밀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필드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개인과 집단을 연구해 이를 정리했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탤런트 코드는 점진적인 발전을 중요시한다.
물론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목표에 대한 의욕을 폭발시키는 '점화', 집중해 실력을 쌓는 과정인 '심층 연습'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코치'의 역할까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합쳐져야 재능이 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꾸준한 노력이 점진적인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실력만이 내 것이 된다.
꾸준한 성장을 위한 최고의 선택: 글쓰기
탤런트 코드에는 매일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을 반복하면 천천히 큰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매일의 목표를 설정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완벽하게 달성 가능한 아주 작은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위 문장을 읽고선 최근 읽었던 "침대부터 정리하라"라는 책이 떠올랐다.
30년 경력의 군인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이다. 작은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큰일은 해낼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인 침대부터 잘 정리하라는 내용이다.
평소에 아주 작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목표로 무엇을 설정하면 좋을까? 10년, 20년 누적되면 미래의 나에게 가장 큰 리턴을 돌려주는 행위가 뭘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독서는 평소 꾸준히 하고 있으니 굳이 별도의 노력을 하지는 않아도 될 거 같다. 못해도 한해에 50권은 읽으니 말이다.
다만, 글쓰기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평소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글클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글을 쓰는 환경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글쓰기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고 생각한 것 보다 더 소중한 순간을 경험했다.
블로그에 관심사와 평소 생각을 정리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멤버들의 성장을 이끄는 과정에서 내가 평생 추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는 소명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당신이 반복하는 일,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탤런트 코드 책 내용 중 탁월함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이 나온다.
당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에서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처럼, 10년, 20년 뒤 내가 서 있는 곳을 바꿀 수 있는 탁월함은 습관에서 나온다.
그리고 어떤 일을 반복하는 습관을 만드려면, 그것을 어떻게든 해내는 행동, 즉 행동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것은 크게 습관과 동기부여로 나눌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동기부여와 습관 두가지를 비교해 탁월한 결과를 만드는 습관과 꾸준함의 힘을 상기시켜준다.
아주 쉽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진리를 담고 있다. 동기부여는 일관된 결과를 제공하지 못한다. 반면, 습관은 꾸준한 아웃풋을 만들어주고, 복리효과에 의해 우리를 탁월함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
"올해는 꼭 열심히 운동해야지"하고 금방 없어지는 새해 다짐이나, "앞으로는 꾸준히 글을 써야지!"하고 금방 그만두는 경험 등은 누구나 경험하지 않는가?
나도 이런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기부여에서 멈추지 않게 빠르게 행동하고, 많은 것을 습관화 하려고 노력한다.
수영을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수영장에 가서 10개월치 회원권을 사서 수영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자 마자 글쓰기 클럽 멤버를 모집해 매주 함께 글을 쓰고, 서로 글을 피드백 하며 다양한 관점을 내재화 하는 습관을 길렀다. 나는 이런 노력을 “습관을 통한 성장 자동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최근 지인과의 커피챗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작년부터 여러 커뮤니티 운영하는 것 봤는데, 오글클이 벌써 1년이 됐어요? 정말 행동력 하나는 끝내주네요."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줄이려고 항상 노력하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봐 줘서 진심으로 기뻤다. 어떻게든 행동하려고 하는 의지는, 계속 반복되면 결국 타인도 알아보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만남 이후에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안 할 건지, '그래도' 할 건지. 그리고 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조건 "그래도 한다"라는 선택을 "반복적"으로 하겠다고.
한글자 차이지만, 내 삶을 가르는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Fin,
PS. 혹시 제가 운영하는 오글클에 참가하고 싶으신가요? 다음 기수 오글클은 더 강력하게 돌아옵니다! 다음 기수가 오픈되면 안내드릴게요. 여기서 알림 신청해주세요.
*꽤 멋진 말이라 자세히 알아보려고 찾아보니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흉상과 함께 명언으로 만들어져서 엄청나게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ㅋㅋ 출판 서적도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원래는 Will Durant라는 작가가 자신의 저서 "철학 이야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라기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정리해 요약한 문장이라는 것.
“Excellence is an art won by training and habituation: we not act rightly because we have virtue or excellence, but rather have these because we have acted rightly; these virtues are formed in man by doing his actions; we are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 Will Durant, The Story of Philosophy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