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프롤로그
자, 마지막으로 Short field 랜딩을 보여줘
2019년 12월 21일, 유나이티드 항공의 현역 기장인 시험관이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Private Pilot License) 실기 시험(Checkride) 마지막 과제로 Short field 랜딩(최대한 활주로를 짧게 사용해 랜딩 하는 기술)을 요청했다. 비행원 수석 교관의 모의 체크라이드를 우수한 퍼포먼스로 통과할 만큼 자신 있는 기동이었다.
관제탑은 마지막 랜딩에 길고 넓은 활주로 35 Left가 아닌, 좁고 짧은 35 Right를 배정했다.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첫 번째 Checkride에서 하필이면 랜딩 난이도가 높은 35R을 받다니.. 뇌리에 스치는 잡념을 애써 지워내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것만 잘 하면 합격이야'
\KDWH 공항 35 Right 활주로, 택시 웨이만큼 폭이 좁아 랜딩이 어려운 활주로로 악명 높다. 실제로 이 공항에서 35R에 비행기 내리다가 해먹은 비행기가 10대는 족히 넘는다고 했다.*
나는 랜딩 절차를 시험관에게 읊으며 비행기를 활주로에 가져갔다.
"Power checked, Airspeed checked, Wind checked. Runway insight. Landing proceed"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돌풍으로 비행기가 휘청인다. 세상이 급속도로 느리게 돌아가고 그만큼 내 사고는 가속한다. '어? 밀리네?' 몸이 바로 반응한다. 반대 방향으로 러더를 차서 비행기 진행 방향을 활주로 중앙으로 되돌려 놨다. 이 모든것이 1초만에 일어났고 그 찰나의 순간 시험관이 비행기 요크를 잡으려 했다. 시험관이 요크를 잡으면 바로 실격이다.
'아 이거 랜딩 부적합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는데? 35R의 악명을 내가 Checkride로 직접 경험하는구나..' 시험관은 입을 굳게 다문채 활주로에서 주기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5분여의 시간이 왜 이렇게 불편하고 길게 느껴지는지. 35R을 준 관제탑이 야속해지기 까지 했다. 비행 가방을 정리해 비행기에서 내렸더니 시험관이 악수를 청한다.
축하해, 넌 지금부터 자가용 조종사야!
유나이티드 현직 기장 Checker와 감격의 순간.
이 포스팅은 한국에서 그로스/마케팅을 하던 내가 스타트업 그로스해킹 경험을 완전히 다른 분야에 접목시켜 목표를 역산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해낸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글은 미국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ppl)을 해킹하라 -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