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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지막 업무일
12월 29일 금요일, 2023년 마지막 업무일이었다.
페이스북을 살펴보니 오전에 종무식을 하고 업무를 내년으로 미루는 회사들도 보이고, 12월 중순쯤 일찍이 업무를 다 마무리하고 따듯한 나라로 떠난 사람들도 보였다. (나도 작년엔 이랬는데!)
그러나 나에게는 오늘이 그저 다른 날과 같은 일반적인, 아주 Ordinary 한 하루였을 뿐이다.
오전 일찍 일어나 커피를 한잔 내려 메일을 체크하고, 밀린 업무를 챙기고, 식사를 하고, 다시 업무, 그리고 저녁을 먹고 잠깐 쉬다가 수영을 다녀왔다.
올 12월에는 수영장에 총 9번 갔다. 주 3일 가는 게 목표였으나 수영장 점검으로 본의 아니게 2번 빠졌다. 그래도 1주일에 2번 꼴로는 갔으니 만족.
수영을 하고 나오면서 애플 피트니스로 수영 페이스를 보면서 이 글감이 떠올라서 수영을 다녀와서 바로 타자를 두들기고 있다.
수영을 하면서 깨달은 것
요즘 수영을 할 때 킥을 안 하고 상체 근육만 사용해서 자유형 스트로크 파워를 높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상체 힘이 꽤 붙었는지 어깨 근육도 탄탄해진 거 같고, 실제로 턱걸이 퍼포먼스가 늘었다. (자유형 스트로크는 결국 광배근 운동이기 때문, 수영 선수들이 어깡에 상체가 역삼각형인 이유가 다 있다!)
처음 이 훈련을 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영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는데, 아주아주 쉽게 동작을 수행하길래 '이게 얼마나 어렵겠어'하고 따라 해봤다.
처음에는 위 이미지처럼 부력이 큰 킥판을 다리 사이에 끼고 연습했는데,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어라? 이거 왜이래 왜 몸이 제대로 뜨질 못해?'
수영 선생님은 우왕좌왕하는 나를 지켜보더니, 조언을 해줬다. 이 훈련의 경우, 신체가 킥으로 추진력을 얻질 못하니 코어로 버티면서 팔로만 추진력을 만들어야 몸이 앞으로 나간다고 했다.
물을 뒤로 밀어낼 때만 팔에 힘을 줘야 몸이 효과적으로 앞으로 나갈 수 있단다. 그렇지 않고 스트로크의 모든 과정에서 급하게 힘을 주면 물이 뒤로 밀리는 게 아니라, 물을 아래로 밀기 때문에 몸이 위로 떠오르면서 저항을 크게 받고,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했다.
롤링도 문제였다. 애초에 중심을 못 잡으니 팔을 저을 때마다 몸이 기우뚱하며 양옆으로 크게 흔들렸다. 술 취한 사람이 갈지자로 걷듯 좌우로 크게 첨벙거리는 꼴이 아주 웃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달 넘게 꾸준히 훈련 하니, 이제는 비교적 작은 부력의 작은 땅콩 부이만으로도 훨씬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빠르게 50미터를 왕복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낭비도 줄어들었다. 스크로크할 때 물을 뒤로 보내는 데에만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훨씬 더 적은 힘으로 더 빠르게,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영 훈련의 필수품 땅콩 부이
그리고 자세가 안정되니 페이스도 거의 매번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됐다. 거의 인간 메트로놈 수준이다.
위에 스크린샷이 따듯한 오늘 수영 기록이다. 1분 30초 텀으로 50미터를 왕복하는데, 1분 11초, 평균 SWOLF 45 수준에서 페이스가 잡힌 듯 하다.
다른 날 페이스를 까보니 역시나 속도나 스크로크 회수와 관련있는 지표인 SWOLF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패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훈련을 꾸준히 하고 나서, 킥까지 포함한 완전한 자유형으로 50미터 50초 페이스에 안착했다. 1,000미터를 50초 페이스로 꾸준히 도는건 아직은 어렵지만 금방 가능할 것 같다.
대시(전력 질주) 기준으로는 50미터 30초~40초 정도가 나오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 정도면 꽤 빠른 것 같다. ㅋㅋ
다리 사이에 부이를 차고 해온 평범한 훈련들이 모여서, 비범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Ordinary become Extra ordinary
비범함은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서 나온다. 다르게 말하면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서 큰 성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여러 책이 이런 간단하고 명료한 진실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내 생각에 사람들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중년이 되었을 때 습관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어릴 때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과소평가한다. 심지어 나이가 들수록 습관의 중요성을 더욱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워런 버핏
워렌 버핏 같은 투자의 대가가 하는 이야기도, 내가 읽은 책의 저자인 심리학자,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하는 이야기도 다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압도적인 비범함은 사소하고도 점진적인 발전과 개선이 장기간 지속되어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보든 그렇지 않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쌓이면 비범함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말이다.
바로 이 블로그의 제목처럼 보고, 읽고, 쓰는 일이다.
세상일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만나지 못한 사람의 지혜를 습득하기 위해 책이나 자료를 읽고, 내 생각으로 정리해 글로 쓰는 것이다. 지금처럼.
23년 마지막 업무일을 10분 남기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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