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분이 가진 영혼의 창을 열고 싶어요

저는 여러분이 가진 영혼의 창을 열고 싶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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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수많은 독자를 보유한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The Guardian에 기고한 에세이 ‘I want to open a window in their souls’에서 자신에게 첫 번째 수상을 안긴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집필하며 겪었던 글쓰기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면서 작가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에세이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200 페이지도 안 되는 내 첫 소설을 탈고하는 데 수개월에 걸렸다. 재즈바를 운영하느라 시간이 부족했고, 수많은 문학을 읽었는데도 직접 소설을 쓸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 일본 문학을 전혀 읽지 않아서 어떤 일본 문학이 소비되는지도 몰랐다.” 전 세계에 수 많을 팬을 거느린 하루키조차 커리어 초기엔 글쓰기에 대해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니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죠.

몇 달이나 소설을 쓰려고 고생하다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하루키는 원고지와 만년필을 집어넣고, 오래된 타이프라이터를 꺼내 영어로 소설을 써보기로 합니다. “어차피 잘 안 되는데 이상한 방법을 써보는 게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요.

영어로 작성한 글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그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문체가 탄생하고, 하루키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이게 내가 해야만 했던 방법이었어”. 하루키는 전에 써둔 소설 초안을 새로운 문체로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하고 하나의 소설을 완성하는데, 그게 바로 그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입니다.

하루키는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을 통해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발견해냈고, 이 과정에서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과 자신만의 문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합니다. 하루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함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쉽게 소설을 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된 그의 지론에 따르면,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지?” 보다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스스로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질문입니다.

10주 동안 오마카세를 먹기 위해 매주 총 10개의 글을 써야 할 글쓰기 클럽 멤버 여러분, 오마카세를 먹기 위한 생각에 함몰되지 마세요. “어떤 주제를 잡고 어떤 글을 써야 하지?”라는 질문보다 “글을 써야 하는 의무가 없다면 나는 무엇을 쓰고 싶어할까?”라는 질문을 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가진 평소 생각을 하얀 스크린 위에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타자를 쳐보세요.

하루키가 자신의 리듬과 문체를 찾아낸 것처럼,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분명히요. 그리고 주제가 무엇이든 저는 여러분들의 글쓰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에세이를 마무리할 때 사용한 표현처럼, 저도 글쓰기 클럽을 통해 여러분이 가진 영혼의 창을 열어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