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가 넘는 글을 피드백하며 느낀 점

300개가 넘는 글을 피드백하며 느낀 점

좋은 글은 이렇게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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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의 공통점

흔히 좋은 글이라고 하면 소설 같은 문학이나, 멋들어진 에세이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글이든, 독자가 주제의식에 공감하게 하고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글이라면 좋은 글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한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을 운영하며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쓴 300개가 넘는 글을 모두 읽고 피드백했다.

300개가 넘는 글을 읽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좋은 글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지, 왜 좋은 글이라고 느낄 만큼 달랐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좋은 팁이 되길 바란다.

글이 다소 길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1. 흥미로운 주제 선정

오글클 초기 멤버들이 글을 쓰는데 가장 어려워 하던 부분 중 하나는 “주제 선정”이었다.

“흰 화면만 바라보다 하염없이시간을 보냈어요”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남더라고요”

이런 웃지 못할 실제 증언(?)도 들려왔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만 정해도 30%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는 중요하다. 좋은 글을 작성하는 기본적인 출발점인 것이다.

흥미로운 주제는 독자의 주의를 사로잡고, 그들이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독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강력한 주제를 가진 글은 항상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강력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글은 독자가 주제 의식에 빠져들고, 글쓴이의 생각에 동조돼 오랫동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평소에 생각을 잘 정리했거나, 글감을 쌓아뒀다면 어렵지 않게 주제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다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Tara Moss는 *“제대로 쓰지 말고, 그냥 쓰고 나중에 제대로 수정해라”*라고 말했다. 일단 뭐가 됐든 써보자!

2.평범 is the new 비범

우리의 삶은 다양한 일상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 누구나 말이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우리의 삶은 절대로 단조롭지 않다. 매일이 새로운 일의 연속이다. 각각의 순간은 고유하며, 그 안에서 우리의 삶, 감정, 생각을 담은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주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이런 소중한 순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에서부터, 점심을 먹고 잠시 다녀온 산책 그리고 퇴근길에 지하철을 놓친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기 지영님이 작성한 "한 그릇의 사랑"은 언제나 만나는 일상인 '엄마가 차려준 밥'이 가슴 따듯한 이야기로 변신하는 것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이었으며, 지영님이 2기 최우수 활동자가 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발견한 이야기는 매우 소중하고 따듯하다. 우리의 삶, 우리의 감정, 우리의 생각을 가장 진솔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면, 강력한 주제가 없더더라도, 독자의 자연스러운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

3.진정성 있는 목소리

글쓰기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텍스트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독자들은 작성자가 진정성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느낄 때 공감할 수 있고, 저자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직접 사람들을 모아 시작한 오글클 1기 첫 주, 정말 멋진 글을 쓰고 싶었다. 동네방네 소문내서 시작한 모임인데 첫 주에 베스트글을 타야 면이 설 것 아닌가?

때마침 좋은 레퍼런스도 찾았고, 하루에 몇 시간 씩 문장 구조를 짜고 윤문에 힘썼다.

보기 좋은 문체와 그럴듯한 구조를 가진 아주 완벽한 글을 썼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때 쓴 "저는 여러분이 가진 영혼의 창을 열고 싶어요"가 퍼스널 베스트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글은 첫 주에 단 한 표도 받질 못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진정성을 잃어버린 글이었기 때문일까?

반면, 내가 3주 차에 쓴 글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의 삶"은 그 주 베스트 글에 선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주제인 F1에 대한 글이라 쓰는 과정 자체를 아주 즐겁다고 느꼈고 실제로 글도 신나게 썼다. 그런 진심이 독자에게 닿은 게 아닐까 한다.

▲왜 있잖은가, 좋아하는 주제가 나와서 잠시도 입을 닫지 못할 이런 때가

이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글클에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글은 항상 많은 공감을 얻는다.

태완님이 작성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을 만든다고”는 1기 5주 차에 베스트글에 선정됐는데, 실제로 "진심이 느껴지는 글", “여운이 남는 글”, “개인적이고 문학적인 느낌이 좋다” 등의 피드백을 받았다.

성준님이 2기 때 작성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다” 또한 “저도 느끼고 공감한 내용이에요”, “글을 다 읽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게해주는 유익한 글이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승아님이 2기때 쓴 "생각하는 힘은 유일한 무기가 된다"도 역시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큰 공감을 얻은 글이었다. 승아님은 이 글로 애정과 열정 그리고 개인적인 철학이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진심은 항상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믿는다. 작성하는 글에 진심을 담을 수 있다면 그 글은 좋은 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4.명확한 구조의 세련된 글

글의 구조는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좋은 글은 명확한 개요, 중심 아이디어, 그리고 결론을 포함한다.

다소 기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빼놓을 수는 없는 내용이다. 좋은 구조를 가진 글은 독자들이 글의 흐름을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하며, 글 자체를 쉽게 읽을 수 있게 돕는다.

좋은 구조를 가진 글은 소위 말해 “세련된” 글이 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쓰인 글은 안정된 느낌을 주고, 독창적인 형식의 글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1기와 2기 모두 활동했던 수빈님의 글 "생각 투자"는 간결하고 읽기 편한 구조의 좋은 예시다.

2기때 활동했고 현재 3기도 활동 중이신 태윤님의 "‘나’라는 브랜드 알아가기"는 읽는 재미를 주는 독창적 형태의 좋은 예시가 된다.

당연히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쓰인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는다.

요즘에는 글을 퍼블리시하는 블로그 서비스나 매체의 기능이 대부분 상향 평준화돼서 평균 이상의 가시성과 사용성을 제공해 주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또 모바일 시대이기에, 모바일 기준으로 꼭 문장 전체 구조를 리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피씨에서는 이쁜데 모바일에서 깨지면 안된다!

또 글과 관련된 이미지나 영상 등의 시청각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지하는데 아주 좋다.

5.맛소금, 언어유희

힙합에서 라임을 맞춰 리듬감을 주고, 하이쿠가 제한된 형식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언어유희 같은 창의적인 언어 사용은 텍스트라는 글의 한계를 넘게 한다.

언어유희를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 독자의 관심을 단기간에 집중시킬 수 있다. 글맛을 더하는 MSG같은 것이다.

오글클 활동을 하면서 구조적인 완결성과 언어유희가 결합되는 경우 아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1기 성재님이 작성한 “종이 한 장 차이”는 1기 첫 주에 극찬을 받은 글이다.

“오랜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수필입니다. 완성도/재미/의도/전달 100점 드립니다”

“짧고 굵은 한 방. 좋은 소재로 재치 있는 글을 썼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표현이 재밌었다” 는 피드백을 받으며 언어유희와 좋은 구조의 시너지를 보여줬다.

1기 유민님이 작성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또한 창의적인 언어를 사용해 글 읽는 맛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실제로 1기 8주 차에 베스트글로 선정됐고,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이렇게 좋은 글은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같이, 단어를 사용하여 감각적인 경험을 만들어 내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텍스트가 가진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6.강력한 감정적 연결

감정적 연결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구성 요소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사랑 받아온 다양한 국가의 신화와 설화는 감정적인 연결이 가진 힘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시다.

이러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쉽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를 거치며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통해 좌절하는 과정 속에서 목표를 달성한다.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과 실수, 그리고 실패 과정에서 독자는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화자의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쓸때면 누구나 완벽한 화자가 되고싶어한다.

완벽함이 아닌, 약점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담백한 소회와 개선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오글클에서 큰 공감을 사는 패턴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화자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공감"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러한 공감은 독자와 화자 사이에서 활자를 통한 만남 그 이상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1기 경만님은 자신의 회고글 "나는 느껴야 했지만, 느끼지는 않았다."에서 본인의 취약점을 있는 그대로 공유했다. 가장 약한 부분을 보임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강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3기 클럽 멤버 중 한 분이 쓴 "너와 나의 빨간색" 을 보면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주는 강점이 느껴진다. 나를 드러내고, 독자와 강력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 글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베스트 글로 선정됐다.

실리콘 밸리 VC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가이 가와사키도 "약점을 보이는 것은 강인함의 상징이다"라고 말하며 부족한 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건강함을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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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의 공통점 정리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좋은 글은 이런 공통점을 갖는다.

  1. 흥미로운 주제 선정

  2. 평범함 속에서 찾은 비범함

  3. 진정성 있는 글

  4. 깔끔한 구조의 글

  5. 언어유희가 빛나는 글

  6.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글

좋은 글을 찾아서

좋은 글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며,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좋은 글은 단지 좋은 글쓰기 실력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진정성, 공감 능력, 그리고 인간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이렇게 보면, 글쓰기는 단지 문장을 잘 이어 붙이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타인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이고, 오글클에 참가한 분들이 모두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찾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아낼 수 있고, 그 목소리를 통해 타인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길 바라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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