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화요일 늦은 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이벤트가 발생했다.
바로 현직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계엄령 선포”, 이 덕분에 아주 다이나믹한 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소소한 수익도 냈다.
이 포스팅에서 어떤 사고 흐름으로 계엄령 이벤트에 대응했는지 정리하고, 짧게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23시 00분
책 읽다 자려고 누웠는데, 긴급 계엄령 선포라는 뉴스를 봤다. 바로 든 생각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는데?”
한국 증시는 아직 개장 전이니,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빗썸 앱을 들어가니 가격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고, 업비트는 앱이 아예 접속이 안되는 상황.
수익을 낼 기회가 발생할 것임을 직감했다.
23시 05분
느리긴 하지만, 그나마 접속이 되는 빗썸에 1억을 입금했다.
은행 연동이라든지, 카카오톡 인증이라던지 다양한 API가 쓰이는 서비스이다보니, 트래픽이 몰려서 입금 인증이 잘 안됐다. 계속 시도하다보니 5분 정도 지나서 입금 완료됨.
빗썸은 매일 23시 30분에서 00시 35분까지 원화 입금망 점검으로 KRW 입금이 되지않는다. 그래서 어떻게든 23시 30분 전에 KRW 입금을 시켜야 이 기회를 레버리지 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외부 USDT를 빗썸으로 넣을 생각까지 했음.
23시 10분
당시 김치 프리미엄을 보니까 15~18% 정도 역프가 발생한 상황. 나중에 보니 계엄 선언 직후에 역프가 거의 30~40%까지 발생했던데 이때 주웠으면 1/3 바겐세일.
머리속으로 바로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수립했다.
입출금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코인을 사서 역프를 기반으로 향후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코인 가격은 항상 변화하므로, 김프/역프는 빠르게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그래서 즉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역프가 가장 큰 코인을 빗썸에서 사서 빗썸에서 팔아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 가격에서 물리는 최악의 경우에도 가상자산은 가치가 하락하는 원화 보다는 나으므로, 안전마진이 확보 된 상황.
곧 바로 비트 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빗썸 에러인지 체결되지않음. 미체결 주문 취소에 다소간의 시간이 걸려서 김프 현황이 바뀌었음. 그래서 당시 8% 정도 역프이던 이더리움을 시장가로 풀매수
23시 15분
이더리움 가격이 바로 올라가서 매수할 때 수립한 ‘즉시 수익 실현’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에 따라 바로 전액 매도, 바로 수익 1% 확정
그리고 나서 더 살거 없나 김프 상황을 보는데 대부분 김프 격차를 줄이고 반등을 하는 분위기
일단 100만원 용돈벌이 했으니 관망하기로 하고 계엄 관련 상황 팔로우업 + 포트폴리오 상태 체크
본인은 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식을 거의 보유하고있지 않아서 큰 걱정은 없었다.
미국 증시 지수도 ‘유라시아의 한 귀퉁이에 있는 나라’[1] 따위의 계엄으로 영향을 받진 않았음.
오히려 엔화가 소폭 상승하면서 엔화로 산 나스닥 ETF 밸류 상승함. 물론 달러환율도 1,450원까지 상승
23시 30분
곧 빗썸 원화 입금이 막히기 때문에 원화가 추가로 들어오지 않고, 빗썸이 가두리가 되면 매수기회가 있을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역프가 커지거나 입출금 상황이 개선되면 바로 수익 기회를 잡으려고 보고있었다.
원화 평가절하 결과로 원달러환율이 상승한 것을 보고, 테더(USDT: USD 페깅 코인)를 사는게 가장 안전한 베팅이라 판단.
USDT를 1,398원에 풀매수(총 72,272USDT)
1,450원에 매도할 수 있으면, 350만원 이상 수익 가능
역프도 줄어들고 있고,빗썸에 입금한 현금을 다 소진했으므로 딱히 할 일이 없어졌다.
계엄 관련 국회 방송 보고, 코인 관련 포스팅 좀 팔로우업 하고 있었음.
24시 10분
23시 35분이 지나면서 빗썸 입금은 막혔으나, 업비트가 24:10 이후에 입금이 열리는 상황
입금이 열리면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므로, 업비트 내에서 즉시 수익 실현 기회가 있을거라 판단.
원화 5천만원 입금 시도, 인증 안됨. 10분 정도 지나서 입금 완료
24시 20분
근데 입금 하느라 10분 지나니까 이미 역프도 많이 줄어들고 딱히 살게 없어보였다.
역프가 가장 큰걸 사서 출금 후 수익 실현이 가능한지도 체크했는데 입출금이 너무 느려서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
살만한게 있나 둘러보는데, 역시 테더가 가장 안전한 베팅이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이상이 확정인데, 테더 매도 압력으로 업비트 내 가격은 1,374원.
1,400원에만 팔아도 개당 16원 수익이라 시장가 전액 매수
총 36,386USDT 확보, 원달러 환율 대비 테더 할인은 누가 봐도 손쉬운 기회이기에 바로 테더가격 반등.
1,400원짜리가 1,374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럼 그냥 사면됨. 워렌 버핏이나 찰리 멍거가 ‘쉬운 투자’를 해야한다고 하는게 이런거임. (실제 가치와 시장 가격의 괴리는 항상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총 1억 5천만원을 들여서 108,658USDT 확보
이 포스팅을 쓰는 12월 4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389만원 정도 수익을 본 셈이다.
24시 30분
안그래도 최근에 테더를 좀 확보하고 싶었는데 잘됐다.
모든 테더를 APY 30% 짜리 이자 농사로 보냄.
이렇게 나의 계엄 이벤트는 소소한 용돈벌이로 끝이 났다.
짧은 생각
“돈벌었다. 신난다. 헤헤” 정도로 포스팅을 쓰려고 한건 아니다. 앞으로 어떤 기회가 있을지 무슨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다행히 올 8월 원화 가치 극대화가 아니라, 미국의 성장에 베팅하는 방향으로 포플 구성을 바꿨다.[2]
또, 꾸준히 자산을 온체인화 해놔서 이번 이벤트로 발생한 원화 평가절하를 헤지할 수 있었다.
온체인 자산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법정통화와 관련된 위기가 생겼을 때 온체인 자산은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앙거래소(CEX) 특성상 온체인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 오프체인 자산(KRW)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넌센스이긴 하지만, 이 덕에 DEX 리레이팅*이 이루어졌다.
*DEX는 지갑만 있으면 되고 카카오톡 인증이나 은행 인증이 필요없으므로. (물론 지갑에 자산이 있어야지?)
나도 Hyperliquid라는 DEX 프로젝트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이벤트 이후 큰폭으로 상승했다.
비바 하이퍼리퀴드! 40배 넘게 올랐다. (계엄 때문에 40배 오른건 아님)
이 모든걸 어떻게 할 수 있었는가?
현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었다. 이런 얘긴 안하려고 한다. 현금 있는 사람 중에 이거 한 사람 얼마 없다.
삼성전자 내리면 살거야 하고 실제로 최근에 폭락했을 때 산 사람 없는 거랑 같다. 현금의 보유 유무나 규모가 중요한게 아니고, 의사결정 과정과 실제 행동이 더 중요하다.
평소에 자본시장의 작동 원리와 초과 수익 알파에 대해 깊게 고민했기 때문에 할 수 있던 행동이다.
비단 이번 계엄 케이스 뿐만 아니라, SM 공개매수[3], 공모주 투자 등 비대칭적 기회와 안전마진에 대해 연구했고 실제로 베팅하며 금융 리터러시*를 쌓아 왔기 때문이다.
*금융 리터러시: 금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재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금융 이해도’ 근데 금융 이해도라고 하면 맛이 안나고, ‘금융 감각’이라고 하면 적당한듯
기회가 뭐가 있을까?
이번 기회로 KRW 밸류 헷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자산을 달러나 엔화로 바꾸거나, 온체인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북아 변방국가 법정통화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 리터러시 특히 온체인 자산 리터러시 교육 니즈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 달러 코인 어떻게 사요? 부터 탈중앙금융(DeFi) 어떻게 해요? 등 누가 들으면 웃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실제적인 문제들.
(공모주 강의 해보니까 주식 안해본 사람은 상장일날 매도를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더라. 주식 해본 사람이라면 간단한 일이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새로 해보려는 사람은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기회가 있다고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전환기, 르네상스 시기에 수 많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 이로 인해 부상하는 세력이 있고, 몰락하는 세력이 있었다.
상인, 학자, 예술가는 르네상스에 전성기를 누렸다. 봉건 영주, 전통 종교 집단은 몰락했다.
웹3같은 새로운 헤게모니, AI같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힘입어 인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이 시기에 몰락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변화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터러시를 가지고 새 시대의 새 자산에 적응하는 사람일까? ‘유라시아의 한 귀퉁이에 있는 나라’의 법정통화와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일까?
역사를 통해 배울 것인가? 역사와 함께 뒤안길로 사라질것인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금융 감각에 대한 단서가 궁금하다면?
레퍼런스
[1] 거대한 체스판의 시작, https://100xstv.hashnode.dev/dunkirk#heading-7lk07iqk7yyqioychoydmcdrp5a6io2vnoq1rq
[2] 오랜만에 포지션 스왑 - From 배당 to 성장, https://100xstv.hashnode.dev/togrowth
[3] 특수상황투자, 안전마진, 그리고 에스엠 경영권 분쟁, https://100xstv.hashnode.dev/smtothe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