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업데이트: 매수 5일째인 23년 3월 10일 보유한 에스엠 780주를 전량 매도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불안함(매크로 시황의 불안함: 증시와 달러인덱스 채권의 디커플링 등)을 느껴 잠깐 비를 피하고 나서 산 가격보다 더 싸게 주식을 다시 사서 수량을 늘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매크로 변수를 신경 쓰지 않고 매매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3월 12일 주말 일요일,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갖기로 하이브와 합의했다면서 에스엠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브와 에스엠이 공개매수 전쟁에 나서서 20만 원 이상 갈 수 있을 거라 봤는데 아주 아쉽게 됐다. 에스엠 주식은 향후에 재매수를 노려봐야겠다. 주주행동주의의 영향을 받은 주식이고,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점: 22년 4월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2년 4월이다.
'특수상황투자'라는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것이.
가치투자 관련 글을 주로 올리는 변호사 페친님이 한 권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데 스토리가 아주 흥미로웠다.
평소 가치투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활동에 대해 항상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시는 분이었기에 큰 관심이 생겼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네, 변호사님께서 번역하신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에서 말하는 워크아웃이 바로 특수상황이니, 그 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책입니다. 게다가 이 책에도 번역하셨던 책의 저자 토비아스 칼라일이 서문을 썼습니다. 게다가 법률전문가이자 가치투자자이시니 번역하기에 가장 적합하십니다.”
▲허락을 구하고 인용, 해당 포스팅 전문은 여기
사장될 뻔한 책이었는데 어렵게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이를 국내에 유통하려는 과정에서 이분이 번역을 맡게 되신 것이다.
번역을 맡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참 깊은 소명의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나마 딥밸류를 찾아 나서는 가치투자자들에게 가치투자로부터 뻗어나온 하나의 투자법이 있음을 인식시키고, 평소 간과하던 이벤트를 카테고리화 할 수 있다면 소임을 다한 것이다.
생각과 행동의 간극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에, 위 포스팅을 보자마자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야말로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특수상황투자'인 것이다. 특수한 상황이 제공하는 투자 기회를 설명하는 책이라니 딱 봐도 재밌어 보이지 않는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비대칭적인 기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재밌게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그치만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악습관이 있는지라 '특수상황투자'를 읽는 속도가 더뎠다.
또 특수상황과 같은 비대칭적인 기회를 찾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다. 이미 다양한 비대칭적 기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방이 막히고, 상방이 열린 '비대칭적 기회'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그런 특성을 가진 자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래 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2017년부터 산전, 수전, 공중전 모두 겪었고, 대체 자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2020년부터 직접 애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주식을 사고 있다. 토스, 카카오모빌리티, 야놀자, 컬리, 무신사 등 다양한 국내외 스타트업 주식 보유)
공모주(2021년부터 공모주로 돈 벌어서 해외여행 다니고 있으며, 강의를 3차례나 진행했다)
두 번째 점: 23년 1월
시간은 흐르고 흘러, 23년 1월.
가치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안전마진'을 읽고 이를 베이스로 하는 가치투자연구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카톡방에 모여서 매매 근거와 실적 등을 공유하며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공부해 보자는 취지였다.
급등주를 알려준다거나 하는 등의 접근은 전혀 아니었고 그 점은 입장 공지부터 강조했다.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실제로 약 20명 정도의 인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안전마진을 기반으로 가치투자를 논하는데 '안전마진'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다.
안전마진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두 강퇴된다고 엄포를 놨다.
전쟁터에 기본 군사훈련도 받지 않은 상태로 나갈 수 있겠는가?
투자라는 것은 전쟁이고 나보다 훨씬 강한 사람과 싸워 이겨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지 않고 가치투자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
이 방에 들어온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실제 매매 내역과 매매 논리를 기반으로 생산적인 토론과 케이스스터디를 하면 아주 이상적인 모임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쉽게 떠먹여 주는 방을 기대했던 걸까? 최종 독후감은 3명만 냈고, 지금은 3명이서 연구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세 번째 점: 23년 2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 최대의 기업인 아다니 그룹의 주가조작과 회계 부정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내 공매도로 큰 수익을 냈다. 해당 보고서 발표 후 일주일 만에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60조 원이나 증발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0년, 수소자동차 제조 스타트업인 니콜라가 전적으로 사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뒤 공매도 공격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매도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매수해서 수익성 개선, 이사회 의석 요구 등, 회사의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론 목표는 모두 자본 수익 창출이다.
올해 1월,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넥슨 펠츠는 디즈니의 수익성 개선과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쳤다.
무려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디즈니 주식을 사들였고, 디즈니 지분 약 0.5%를 확보했다.
디즈니는 펠츠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결국 이를 수용하고, 구조조정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검색하다 보니 경제 뉴스레터 바이트에서 잘 정리해둔 게 있어 링크를 걸어본다. 아주 잘 정리했다.)
미국은 이렇게 행동주의 펀드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다.
국내 언론은 행동주의 펀드를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다루지만, 나는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존재가 행동주의 펀드라고 생각한다.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가버넌스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점: 23년 3월 2일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미처 다 읽지 못한 '안전마진'과 '특수상황투자'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안전마진에 대한 짧은 서평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고, 특수상황투자에 대한 서평은 이 포스팅이 대신할 것 같다.
안전마진과 특수상황투자 두 권 모두 투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태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일이 많은 문장에 겹쳐 보였다.
어떤 기회는 누가 봐도 좋았지만, 속 빈 강정인 경우도 있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우직하게 밀고 나갔을 때 결과적으로 좋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뷰를 가지고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모두 안전마진 혹은 비대칭적 기회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기회를 알아보고 행동하였는가? 행동하지 않았는가였다.
제대로 된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싸움에서 패배해도 된다. 그 패배가 나를 더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테니. 오히려 원칙 없이 얻은 승리가 나를 결과적으로 망치게 된다.
그리고 안전마진에 쓰인 문장처럼, "가치투자는 본성을 거스르는 소수의견"이다. 확고한 논리로 무장해서 나약한 인간 본성을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다. (마치 인격 수양 과정으로 봐도 될 거 같다)
아다니 그룹 공매도 사건과 디즈니 사례 모두 흥미롭게 지켜보며 팔로우업 했고,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에 대한 좋은 촉매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은 자본시장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래서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에 직접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다섯 번째 점: 23년 3월 2일~3월 5일
여행 중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오면 랩탑을 꺼내 틈틈이 리서치 했다. 기본적인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한 얼개는 알고 있었으나 세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먼저 얼라인 파트너스에서 제시한 SM 3.0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했다. 그리고 현재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팩트체크와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얼라인 파트너스에서 제시한 SM 3.0
행동주의 펀드의 부상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언론이 다양하게 다뤘고, 이창환 대표 본인이 삼프로에 출연해 설명한 영상도 있었다.
내가 아주 재밌게 읽은 이창환 대표 인터뷰 기사가 있는데 첨부해본다.
퀴즈왕 출신 흙수저, 1%의 주주 권리로 K팝 지축 흔들다
또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를 위한 서비스 '비사이드'에 'SM 3.0 주주중심의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라는 제목의 의안서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었다.
얼라인에서 직접 제작한 자료로 보이는데, 아주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팩트 체크
에스엠의 현재 주가는 저평가되었는가? → YES
-PER 기준 타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저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음.이미지 출처: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 얼라인파트너스는 언제까지 싸울까
얼라인이 주장하는 SM 3.0은 실효성이 있는가? → Maybe
-영업이익 3배, 목표주가 36만 원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타겟인지 판단 불가능이미지 출처: 비사이드코리아, Save SM 3.0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12만 원)은 합리적인가? → No
-이미 시장가격이 12만 원을 상회하고 있음공개매수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 YES
-3월 31일 주주총회까지 카카오+SM 경영진 VS 하이브+이수만의 의결권 싸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
-공개매수가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음-이렇게 되면 양측의 공개매수는 가격을 올리면서 계속 이어지게됨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굉장히 단순화한 프레임워크지만 어쨋든 의사결정은 구조적으로 내려야 하니까.
피어그룹 평균 PER(31.3)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를 볼 때, 안전마진은 확보됐다고 판단했다.
3월 31일 주총까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공개매수를 해야 하는 주체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거나 소액주주 캠페인을 통해 의결권을 확보해야 함.
3월 31일로 타임라인이 확정되어 자금이 묶일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여섯 번째 점: 23년 3월 6일
때마침, 카카오가 보유한 에스엠 신주 및 전환사채에 대한 이수만 총괄의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3월 3일).
그리고 13만 원까지 터치했던 에스엠 주가가 12만 원 중반 정도까지 빠졌다.
며칠 동안 료칸에서 아침, 저녁으로 온천욕을 하며 몸과 마음을 맑게 다스렸고, 생각 정리도 끝냈다.
충분히 생각했다면, 포지션은 과감하게.
3월 6일 오전 9시, 개장하자마자 준비한 자금으로 에스엠 매수를 시작했다.
그렇게 3월 6일 오전 10시까지 에스엠 주식 총 780주를 분할로 매수했다.
평단은 125,472원. 사자마자 위로 크게 움직이더니,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내려가면 더 살 각오였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안전마진 & 가치투자 연구회에 해당 매수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수익: 23년 3월 7일
카카오가 주당 15만 원에 에스엠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3월 31일까지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해 이 레이스를 완료해야 하니, 마음이 달아있을 것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덕에, 오늘 3월 7일 개장 직후 에스엠 주가 13% 급등.
현재 나의 포지션은 수익률 19.31%, 수익금 18,897,600원
하이브+이수만 측이 추가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고,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취소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수익이 발생했고 안전마진을확보한 상태에서 포지션을 구축했기에 시장 변화를 보면서 대응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3월 7일 오후 3시 42분 기준 손익
내가 에스엠을 산 직후, 카카의 공개매수 때문에 급등을 누린 건 순전히 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게 좋은 운.
그렇지만 열심히 원하는 분야의 점을 찍다 보면 결국 이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확신한다.
꾸준히 주식 투자를 하며 자본시장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웠기에 디지털 자산이나 비상장 주식 같은 비대칭적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모주에 투자하며 강의를 하게된 것도 과거에 찍은 점이 연결된 사례이다.
위에 투자와 관련된 세부 예시를 들었지만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하지 않고 찍은 ‘점’이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을 주는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향과 열정을 가졌다면, 계획 없이 흩뿌려둔 포석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언제든 하나의 점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파고의 새로운 수가 바둑 세계를 완전히 뒤바꾼 것처럼, 우리가 찍는 점들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의도적으로 행동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반가운 결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안전마진 & 가치투자 연구회에서 투자라는 분야에 대한 점을 꾸준히 찍어나가고 싶다.
결국은 그렇게 찍은 점들이 연결돼 수익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으니, 내게 남은 건 점을 찍는 일뿐
Amen,
이 글은 안전마진 & 가치투자 연구회에 최초로 배포됐습니다.
안전마진과 가치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안전마진 & 가치투자 연구회로 접속해보세요.
물론 입장 후 3주 이내에 안전마진 독후감을 올리지 않으면 강퇴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