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머피의 법칙, 케세라세라

작심삼일, 머피의 법칙, 케세라세라

어떻게든 일어날 일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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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작심삼일

수영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2023년 새해 목표 중 하나라는 포스팅을 2일 전에 올렸다. 2월 1일부터 수영은 딱 2번 다녀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확히 2일 전부터 자고 일어날 때 눈앞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있어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으니 '이석증'이라는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생님, 수영해도 되나요?"

"절대안정 취하셔야 합니다."

수영 다닌 지 두 번 만에 새해 결심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단은 전문의 의견을 따르되, 수영을 지속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언제부터 괜찮을까요? 제가 올해 목표로 수영 배우기를 정해놔서, 꼭 다시 하고 싶은데요"

"어지럼증을 없애는데 최소 2주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석증이라는 게 완전한 치료법이 있는 병은 아니라서 차도를 봐야겠어요"

확실한 수영 종료 선언이었다. 그렇게 내 수영 결심은 '어쩌다 작심삼일'이 되어버렸다.

병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수영장에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회원권을 중지시켰다. 종종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지 스포츠 센터에서는 내 쾌유를 빌어줬다.

머피의 법칙

위키피디아에*'머피의 법칙'*은 이렇게 정의돼 있다.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양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즉, 하려는 일이 항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머피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하는 데에 둘 이상의 방법이 있고 그것들 중 하나가 나쁜 결과(disaster)를 불러온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사용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꼬여가는 것이다.”

1949년 미국 공군에서, 인간이 중력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할 때 대위로 있었던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위키피디아 예시도 그렇고 보통 우리도 부정적인 상황에 '머피의 법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더 짧을 계산 줄로 옮겼는데 원래 서 있던 곳이 더 빠르게 계산이 됐다든가 하는 식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소녀 머피는 아빠에게 왜 자신의 이름을 머피라고 지었냐고 퉁명스럽게 묻기도 한다.

머피: 왜 엄마랑 아빠는 내 이름을 안 좋은 걸 따서 지은 거에요?(Why did you and mom name me after something that's bad?)

조셉: 음, 아닌데?(Well, we didn't)

머피: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조셉: 머피의 법칙은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야(Murphy's law doesn't mean that something bad will happen)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야.(What it means is whatever can happen, will happen)

그리고 너의 엄마와 나는 그 말을 좋아했을 뿐이야(And that sounds just find to us)

인터스텔라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난다.

케세라세라

국내에는 카르페디엠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외국어 경구인 '케세라세라'.

나무위키는 '케세라세라'를 이렇게 정의한다.

스페인어로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라는 의미(영어로 Whatever will be, will be)라는 뜻이다.

'이루어질 일은 어떻게든 이루어진다'라는 의미로 인터스텔라에서 얘기하는 머피의 법칙과 매우 유사하다.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난다." 하지만 이 생각이 결정론으로 흘러가면 굉장히 위험하다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니 말이다. (당연히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정론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음에도 내 의사와 반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삼는 것이 나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는 방향이 아닌가 한다.

우연히 돈을 써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 곧바로 수영장에 등록하고 의욕적으로 수영장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이석증으로 수영을 잠시 쉬어야 하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 케세라세라 그 자체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이석증 해프닝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건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더 오랫동안, 더 건강히 살기 위한 분기점으로 삼는 것이다.

그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이미 그 일은 일어나 버렸으니까.

그것이 과거니까.

앞으로도 내 의사와 반하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하지만,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매번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은 먼지가 쌓이듯 쌓여나갈 것이고 어느새 깜짝 놀랄 만큼 소복이 쌓인 실력을 보게 될 것이다.

수영장에 가야 할 시간을 활용해 포스팅함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