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Ev 찾기

숨은 Ev 찾기

운빨폭망겜을 벗어나서 숨겨진 가치를 찾는법

·

5 min read

샤크, 피시 그리고 동크

iPoker Network to ban seating scripts on March 2023 - DonkHunter

종종 가족끼리, 친구끼리 포커를 친다. 동일한 칩 스택으로 시작해서 누구 한둘 올인 나면 치킨이나 피자를 사는 정도의 레크레이션 플레이다.

포커판에서는 제일 잘 치는 포식자를 샤크(상어)라고 하고, 항상 털리는 최약체를 피시(물고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서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행동(베팅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한다거나, 항상 올인을 한다거나)을 하는 사람을 동크라고 한다.

그리고 포커를 1,000 핸드이상 같이 해보기 전에는 누가 피시이고, 누가 샤크인지 또 누가 동크인지 알기 어렵다.

물론 기존 성격이 플레이에 묻어 나오긴 하지만, 충분히 스마트하면 그마저도 헐리우드 액션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게임이론, 에쿼티와 기대값

나는 프로 포커 선수가 아니지만, 포커를 플레이하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다. 투자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 불완전정보게임: 제한된 정보 속에서 어떻게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상대가 알까? 내가 안다는 것을 상대는 모를까? 다른 참가자는 이 상황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할까? 불완전정보게임의 특성을 활용해 어떤 이점을 만들어야 하는가?

  • 어떻게 가치를 극대화하는가? 더 쉽게 표현하면 내가 좋은 패 일때, 어떻게 상대방에게서 최대한의 칩을 뺐어올 것인가?

  •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는가? 소위 '뻥카'를 쳐도 다음 판, 다다음 판까지 생각하면서 어떻게 밸런싱할것인가?

그리고 여기서 게임이론을 기본으로 하는 GTO(Game Theory Optimal)와 에쿼티(Equity) 그리고 기대값(Expected Value: EV)가 등장한다.

What is GTO in Poker? | GTO Wizard

GTO는 현대 포커 발전을 이끈 이론으로, 특정 상황에서 최적의 전략 믹싱(Optimal Strategy Mix)을 통한 효율적 의사결정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래 같은 GTO 차트를 근간으로 포커를 친다. 물론 포지션이나 플레이 인원수 그리고 어떤 형태의 포커를 치느냐에 자세한 내용이 아주 많이 따라 달라지지만.

GTO pre-flop strategy in Raise First In spots. The red color shows... |  Download Scientific Diagram

투자와 포커의 공통점: EV 극대화

포커는 투자와 그 목적이 본질적으로 같다. 창출할 수 있는 기대값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길 때 많이 따고, 질 때 적게 잃으면 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투자판과 포커판 모두에서 통용되는 격언이다. 포커에서는 이를 '+EV 최대 노출, -EV 최소 노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Poker Expected Value (EV) Formula In 2024 | SplitSuit Poker

그리고 주어진 정보(참가자의 포지션, 패, 칩 상태, 플레이 스타일, 에쿼티 등)를 통해 EV를 어느정도 "계산"할 수 있다.

모두 GTO = 운빨폭망겜

GTO는 게임이론의 균형점(Optimal)에 근거한 전략이다. 따라서, 테이블의 모두가 GTO 플레이를 하면 '나의 패' 말고는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엣지가 없어진다. 극대화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EV가 GTO 차트에 따라 분석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표현을 빌리면, '완전정보게임'에 가까워지는 것)

그리고 이렇게 되면 내가 갖게 되는 패는 그야말로 '랜덤'이기 때문에 운빨폭망겜이 되어버린다. 물론 GTO를 마스터했다는 가정하에, 플레이하는 핸드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대수의 법칙에 따라 +EV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프로 포커 선수들은 수학적 이론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EV만 다루지 않는다. 플레이하는 상대방의 스타일과 전략을 분석해 GTO에서 벗어난 플레이로 숨은 EV를 창출해 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차적, 3차적 사고를 활용한 블러핑이나 익스플로잇과 같은 기술이다.

  • 2차적 사고(블러핑): 나는 상대가 내 패를 모른다는 것을 알고, 약한 패임에도 베팅해서 상대를 속인다

  • 3차적 사고(익스플로잇, 맥스 밸류): 상대가 내가 블러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대 또한 내가 블러프할 것이라 예상할 것이므로, 강한 패로 베팅해 상대를 속인다.

What is Bloom's Taxonomy: the pyramid of true learning

위 도표의 'CREATING' 레벨로 가려면,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Hidden EV)를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포커든, 투자든, 업무든 어떤 분야에서건 최고가 될 수 있다.

운빨폭망겜을 벗어나기

'운빨폭망겜'을 벗어나고,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EV를 찾아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오랫동안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아마 평생 갈구하고, 찾고, 실제 삶에 적용하며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지.

내가 이 글을 쓰며 정리한 답은 이렇다. (조금은 상투적이고 다분히 교과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정답은 시시할 정도로 명쾌한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1. 지식 습득과 생각 정리

    -꾸준하게 관심 분야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

    -기회는 항상 변방에 있으므로, 항상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모르는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정기적인 글쓰기. 사람은 아는 것만 글로 적을 수 있으므로, 의사결정 포인트마다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 (멋진 글일 필요는 없다. 계속 쓰다보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 혹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 지금 모르는 것은 잠깐 부끄러울 수 있으나 계속 모르는 것은 나의 성장을 늦추는 일일 뿐.

  2. 결과 분석

    -실제 적용 후 결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스스로 할 수도 있고, 나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피어그룹에 요청할 수도 있다.

    -이건 예상 결과보다 저조했다. 성공적이었다.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그렇지 않았다.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

  3. 평가 및 개선

    -평가를 했다면 개선하기 위한 사고 과정에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차이를 만들 수 있었을까? 왜 그랬을까? 나중에 돌아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정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작년 초 SM 특수상황 투자는 지금봐도 썩 괜찮았다. 모든 것이 예상 대로 움직였고, 한가지 후회는 더 큰 포지션을 갖지 못했다는 점. 다음엔 유사한 특수상황에서 더 크게 질러봐야지.

    -최근 무신사 투자를 회고하는데, 마음이 쓰리다. 전개된 상황이 내 예상과 완전 반대였다. 특수상황투자 관점에서 좋은 교훈을 비싸게 치렀다고 생각한다.

  4. 집착과 장기적 관점 견지

    -성장과 개선에 대한 집착이 필요하다. 그냥 삶의 모든 것이 성장과 개선에 포커스 되어야 함.

    -그렇지 못하다면 그런 환경 속에 나 스스로를 넣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수준이 나의 수준이다.

    -성장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먼지처럼 쌓이는 것. 노력하지 않는데 아웃풋이 생길 수가 있나?

  5. 집착하되, Let it loose sometimes.

    -At the end of the day, We are all fragile. 이것을 인정하고 나 스스로를 돌보기.

    -육체적, 심리적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위해서 노력할 것.

    -개인적으로는 여행이나 독서(좋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듯)를 통해서 이것을 하고 있음. 직접 자극은 여행, 그리고 간접 자극은 독서가 최고!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활동도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자주 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야지(주로 내가 좋아하는 운동, 투자 관련)

이걸 할 수 있냐고? 시도 조차 안 하니까 못하지, 하려고 노력은 해보셨는지?

이걸 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 바로 내가 운영하는 글쓰기 클럽 오글클.

바쁘다는 이유로 최근 오글클을 못하고 있었는데, 바쁘니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빠서 못하면 뭘 할 수 있나?

4월 중에 참가 의사를 체크하고, 5월에 시작하는 일정으로 해야겠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결심함.)

관심이 있다면 이 링크에서 오픈 알람 신청하시길! 오픈하면 문자로 바로 안내드린다!


PS. 히든 EV를 찾으려는 노력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여태까지 나는 포커에서 +EV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은 남의 칩을 따는 편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