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여행 얘기다. 달력을 보며, 1년 전부터 여행을 준비할 만큼 여행 광이었는데 말이다. 애써 준비한 여행이 기대되지 않고, 예전만큼 열정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면서, 틈틈히 다녔지만, 보복 여행의 성향이 강했지 진짜로 내게 필요한 여행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간 여행에서 내가 사랑하던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귀찮음으로 퉁치기 어렵고 권태기라기도 애매한 그 무언가가 마음속에 남아 계속 날 괴롭혔다. 하지만 어쨌든 여행을 갔으니 인스타그램엔 최고의 나를 전시했다. "이것봐, 나는 또 여행왔어!"
떠밀리듯 또 한 번의 여행
▲친정 7C 비행기를 오랜만에 타고
22년 12월 18일, 올 초 준비한 치앙마이 여행길에 올랐다. 서울은 추울 테니 동남아로 잠시 피해 있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여행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을 확연히 느끼고 떠난 이번 여행은 뭔가 다를 수 있을까?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여행은 퀘스트를 완수하듯 정해진 일정에 쫓기는 여행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현지를 느끼자고 다짐했을 때였다. 계획에 집착해 업무하듯 여행을 대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여행이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 여행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계획을 위한 여행이 되면 나처럼 여행에 질려버릴 수 있다.
치앙마이에 도착하고 처음 맞는 아침
▲흔한 치앙마이 호텔 조식 클라스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선 뒤부터 딱히 계획이 없었다. 700년 역사를 간직한 치앙마이의 올드타운을 그저 내 마음대로 거닐 뿐이었다.
때로는 구글맵이 추천하는 지역 명소로 향하고, 골목 사이로 보이는 사원을 구경하다 영감을 얻고, 우연히 발견한 부티크 호텔에 들어가 "다음번엔 여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목이 마르면 1,500원 짜리 망고 쉐이크를 사서 마셨고, 옷 가게가 보이면 패션쇼를 하기도 했다. 정해진 일정에 쫓기지 않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해방감이었다.
여행 중 가장 멋진 일은 계획이 없을 때 일어나곤 한다.
▲하얀 고양이를 따라가세요.
계획이 필요 없단 얘기가 아니다. 계획대로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계획에 따라 예상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은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제공하지 못한다. 내가 경험한 여행의 마법같은 순간들은 모두 계획 밖에서 일어났다.
치앙마이에서 다시 한번 마법처럼, 여행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물론 계획하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여행에 대한 복잡한 생각도 명쾌하게 정리됐다.
역시 여행은 즐거운 거야. 그리고 일하듯 하지 않아도 돼. 그래봤자 여행이잖아.
▲환상적인 사원을 탐험하고 난 뒤, 영감에 가득찬 상태로 작성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