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책을 소개합니다.

내 인생 책을 소개합니다.

3초만에 생각이 안나면 넌 인생책이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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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책, 이미 10년 전에 취재를 했었네?

‘내 인생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을 주제로 취재를 했던 적이 있다. 어슴푸레한 기억을 뒤적이다가 메일을 찾아보니 정확한 날짜가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 전이다. 2013년 10월. 우리 대학 웹진 ‘스카이하이’ 취재 기자 활동을 할 때다.

근데 2013년 10월이면 제주항공을 다닐 때 아닌가? 하고 다시 메일을 뒤져보니 역시, 2013년 7월 덜컥 회사에 합격해서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이랑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계속 라이트한 아이템으로 취재하는 주경야취(?)를 하던 시절이었다.

▲화물청사 초대장, 아직도 김포공항을 가면 출근하는 느낌이 난다.

그때 당시 대학 웹진 기자 활동은 2013년 1학기부터 다음 해 1학기까지 1년짜리 계약이라, 13년 7월부턴 회사 생활과 병행을 했다.

학교 이모저모를 글로 알리는 게 재밌기도 하고,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는 피드백을 받던 게 좋아서 굳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

당시 메일을 보니까, 이 기사 쓴다고 교수님들한테 콜드콜 메일도 보내고, 웹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근데 대부분 교수님이 자기는 책을 많이 안 읽는다면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게 킬포라면 킬포.

아무튼 기사는 어찌저찌 주경야취해서 썼는데, 인트로는 지금 봐도 참 잘 썼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이 말은 도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가을을 대비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만든 홍보문구라고 한다. 그래도 서늘한 가을이 되면 독서를 떠올리게 되니, 제법 고맙다.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독서는 성문 바깥의 만남입니다. 자신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는 자신의 확장이면서 세계의 확장입니다.’라고 서술했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위대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사는 데스크에서 칼질을 당해서 기획 방향과 꽤 많이 달라져서 굉장히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 책

10년 전 인생 책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활동하는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 2기 멤버들이 지난주에 ‘나의 인생 책’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인생 책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내 인생 책은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글로 옮기고 싶어졌다.

내 인생 책은 삶의 시기마다 바뀐 거 같다.

10대 때에는 고전, 현대 문학, 판타지, 무협 같은 장르 소설까지 정말 책을 많이 읽었는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가장 좋았다.

껍질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는 자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알에서 빠져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나 빠져드는 이 문장이 저 때는 왜 그렇게 나에게만 하는 말 같았는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어떤 책을 많이 읽었나 생각해보니, 딱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대학 1학년 때에는 책보다 재밌는 게 더 많아서 그랬나? 책을 많이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학년 때 신나게 놀다 군대에 갔다. 아주아주 웃긴 이야기인데 나는 신병훈련소에서 조교로 근무했는데, 우리 부대는 상병을 달기 전에는 개인 정비 시간에도 책을 읽어선 안 됐다.

아니 딱 한 권은 읽어도 됐다. 조교들이 첫 장부터 끝장까지 전부 외워야 하는 ‘병 기본 훈련 매뉴얼’.

▲Field manual이라 FM이라 불렀는데 대한민국 육군 병기본은 찾을 수가 없..

그래도 상병 달고나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진중문고라고 해서 밖에서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들도 많이 부대로 들어왔는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같은 알랭 드 보통 책도 많이 들어와서 말랑말랑한 감성을 척박한 군대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

복학 하고나서는 대학생 마케터 활동 같은 다양한 대외활동을 이것저것 하고 다녔는데, 이런 활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당시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이 있다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 같은 시대적 메시지가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했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젊은 구글러의 편지’를 인생 책이라고 할 만큼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와, 나도 저렇게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야지, 저렇게 치밀하게 준비해야 뭔가를 이룰 수 있구나 이런 감상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아마 2010년대에 대학 다니던 사람 중에 안 읽은 사람 없을 것 같다.

20대 중후반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정말 업무와 관련된 프랙티컬한 책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이나 토니 셰이의 ‘딜리버링 해피니스’ 같은 스타트업 고전(?)을 원서로 읽고 뜨거운 기업가 정신을 느끼기도 했다.

이때의 나에게 인생 책이 뭐냐고 물으면 딜리버링 해피니스라고 답할 거 같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리더십이나 조직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지금 30 중반이니 최근 5년 동안 가장 인상적으로 본 책을 꼽으면 되는 거 같아서 비교적 쉽다.

아무 고민 없이 우버의 탄생과 빠른 성장 그리고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위기를 생생하게 다룬 ‘슈퍼펌프드’를 인생 책으로 추천하겠다.

2020년 9월에 출간됐으니 3년 전 책이지만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성장, 오직 성장”을 외치던 우버가 그로스 관점에서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어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버의 역사를 거의 해부하다시피 해서 그 어두운 이면까지 샅샅이 밝혀낸 이 책은 기업가에게 큰 의미를 준다.

대담한 실행은 항상 위대하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자차를 이용한 유상고객 운송(우버엑스)이 불법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파괴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엄청난 실행력으로(때로는 경쟁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치사한 공작을 펼치기도 하며) 우버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렇지만 명확한 윤리적 기준 없이 성장만 외치던 우버는 결국 위기로 빠져버리고 만다.

트래비스 캘러닉이라는 창업가의 성공과 몰락을 보며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기업이 본질적 목표를 잊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특히 성공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 하는 실리콘 밸리 사고방식이 얼마만큼 위험한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리더는 항상 조직 균형을 수호하는 자여야 한다는 것도 트래비스 캘러닉의 사례를 통해 생생히 배웠다.

인생 책은 원래 바뀌는거야

인생 책은 앞으로도 바뀔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느끼는 게 달라지고 접하는 문제가 달라질 테니 말이다.

최근에도 여러 책을 읽고 있다. 나만의 투자 철학을 담금질하기 위해 투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고, 살면서 만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전을 탐독하고 있다.

고전이 고전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삶의 문제로 막막할 땐 고전을 보라!

그렇지만 최근 읽은 책 중 인생 책이라고 할만한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오글클을 하며 만나는 분들이 내게는 새로운 책이었다.

그들이 쓰는 글 하나하나가 각자의 내용을 담은 페이지였고, 그들이 써낸 페이지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책을 쓰는지 만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매주 같은 주제가 주어져도 참가자들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글이 쏟아져 나왔고, 그 글을 읽으면서 오글클이 이들이 써낸 페이지로 구성된 책을 담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는 실 없는 생각도 했다.

오글클의 또 한 기수가 끝이났다. 그들도 나도 각자 마음 속 도서관에 쌓일만한 무언가를 느끼는 시간이 되었길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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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