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2 47기 - Ep 1. 회고의 힘

Ac2 47기 - Ep 1. 회고의 힘

변화의 시작, '관찰'에서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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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호기심 반, 의심 반

이게 무슨 반반 무 많이 같은 소리냐면, AC2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 의견'이었다'.(과거형 표현에 주목해 주시길)

주변 참가자에게 물어보면 좋다와 그렇지 않다는 피드백이 모두 공존하는 프로그램. 몇몇 AC2 경험자와 직접 일해본 경험은 "글쎄, 딱히 모르겠는데?"에 가까웠다.

그러다 살펴본 AC2 소감 페이지의 '간증' 문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집에서 지하철역 가는 길이 다르게 보입니다. 다른 길들도 보이고, 가던 길로 가도 이전과는 다른 것들이 보여요. --J님

이제까지 경험하셨던 복잡한 느낌들의 산을 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수평선/지평선을 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P님

흡사 종교단체의 그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나도 글쓰기 모임 운영을 통해 사람들이 성장한다고 느낄 때 저렇게 표현할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완전히 허황되거나, 종교 같은 형태의 맹목적인 믿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기심 반. 의심 반.

내돈내깐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판단을 내릴 수 없으니, 까더라도 내 돈 내고 내가 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식 OT가 시작되기 전 온/오프라인에서 몇 차례 자기소개 모임이 있었다. AC2 47기 등록 후 한 차례 자기소개 모임에 나갔는데, 100% 확신이 없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이걸 드랍할지 말지 고민이에요.

어? 저돈데?

저두요

8명 ~ 9명 정도가 한 조인 모임에서 나를 포함한 3명이 이런 얘길 했으니, 꽤 많은(약 30%) 인원이 프로그램 시작 직전까지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 하나의 케이스를 일반화할 순 없겠다)

심지어 이 자기소개 모임이 이뤄지던 시점에는 드랍을 해도 약 79만원의 환불 수수료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환불을 고려한다?

아직 명확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못한 상황이라 느꼈다. (나 포함)

6월 7일, 18시 40분

공식 첫 모임이었다. 자기소개 모임과 그 이후 커뮤니티 활동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반반 무많이' 상태였다.

강남 토즈에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다행히 참가했던 오프라인 자기소개 모임 때 드랍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본인 포함ㅋㅋ).

자기소개를 못 한 사람도 있고, 서로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어색한 기운도 잠시, 각자 팀을 찾아가 오늘 있을 워크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워크샵 목표를 달성할지, 미리 부여된 역할에 맞는 행동은 무엇일지, 어떻게 해야 각자 역할을 잘 달성할 수 있을지 열띈 대화를 이어 나간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멤버를 위해 현장 생중계를 하는 팀도 있었다.

워크샵 시작

AC2 코치들이 모이고, 프로그램 설계 의도에 대한 짧은 소개가 이어졌다.

패션 쇼다운이라고 해서 모델, 어드바이저, 관찰자 등의 역할을 포함한 하나의 팀이 모델의 취향에 맞는 옷을 함께 사는, 일종의 Make over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한때 패션에 신경깨나 쓰던 시절을 생각하며 모델 Make over를 돕는 '어드바이저'로 참가했다.

다양한 사람이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스스로의 '관성적', '원초적', '본능적'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하며, 개선을 위한 액션 아이템을 뽑는 '시뮬레이션'이었다.

AC2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창준 코치의 저서 '함께 자라기'에서 나오는 '야생학습' 워크샵이었다.

설명이 끝나고, 워크샵이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팀도 바로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걸 잊은 채, 이때 잊은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히 이후에 깨달았다.)

스트레스 상황 그리고 병목

명확하게 의도된 제약 사항이 워크샵 내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팀원들 사이에 '날것 그대로의' 상호작용이 발생했다.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라, 처음에 계획한 대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았다. 허둥지둥하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문자 그대로 '달리기'도 하면서 미션을 겨우 마무리했다.

"Make over 모습 사진 촬영"이라는 목표에 함몰돼서 놓친 부분도 있었다. 정말 사소한 것이었는데, 이걸 놓쳐서 한 팀을 제외하고 모든 팀이 평가 자격을 잃는 상태가 발생했다.

어째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사소한 기준이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보 습득과 처리에 병목이 생긴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회고, 흥미로운 일의 시작

실제로 몸을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활동이 끝나고, 앉아서 이 워크샵 동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되돌아보는 회고 시간을 가졌다.

이 워크샵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코치진의 설명도 이어졌다.

팀 내에는 '관찰자'라는 역할이 있어서 팀원들이 하는 행동을 사실과 해석으로 나눠 작성했다. 또 외부 관찰자라는 역할이 있어서 다른 팀에서 우리 팀의 활동을 관찰하기도 했다. 이 관찰 기록을 보면서 회고하니 아주 흥미로운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메타인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눈에 띄었다.

  • 왜 우리는 사전에 계획한 것을 정확하게 수행하지 못했나?

  •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

  • 오늘 경험이 성공적이었나? 무엇을 배웠나?

  • 왜 사소한 기준 하나를 놓쳐서 평가 대상이 되지 못했을까?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나?

  •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이건 이런 의도였는데 이렇게 해석될 수 있겠구나, 조심해야겠다.

내부 관찰자 관찰일지(본인 이름 제외 타인 이름 제외)

외부 관찰자 관찰일지(본인 이름 제외 타인 이름 제외)

같은 팀원끼리 회고를 하다가, 다른 팀의 팀원과 섞여 회고하는 시간이 있었다.

때마침 우리 팀은 전체 참가비를 세션으로 나눠보면 오늘 세션이 약 50만원 정도 되는데, 오늘 경험이 얼마 정도 되는 거 같냐는 얘길 하고 있었다.

팀원 모두 느낌으로 말할 때보다 신중하게 금액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25만원, 35만원 등 50만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50만원을 만들지 못한 걸까, 어떤 걸 더 잘했다면 50만원에 더 가까워졌을까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다른 팀원들과 2차 회고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옮긴 자리, 유레카!

옮긴 자리에는 신기하게도, 자기소개 모임 때 환불을 망설이던 멤버들이 2명 포함돼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소개 모임 시기까지만 해도 AC2 참가 확신을 하지 못하던 3명이 모두 같은 2차 회고팀에 섞인 것.

원래 팀에서 논의 하던 '재무적 관점에서의 이번 세션 효용론'이라는 관점이 너무 재밌어서 같이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 모임부터 AC2 참가를 망설이던 '회의론자(?)' 의견이 가장 궁금해서 그분들에게 먼저 짧게 '재무적 관점에서의 이번 세션 효용론'의 배경을 설명하고, 얼마 정도의 효용을 느꼈냐고 물어봤다. (이후 돌아가면서 모두 각자 생각한 금액을 이야기 했다)

회의론자 두 분에게서 10만원과 15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기존 팀원들의 금액 그리고 새로운 회고 그룹의 다른 분들에게 물어봤을 때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후 돌아가며 좋았던 점, 좋지 않았던 점, 어떻게 하면 더 좋았을까와 같은 이야기가 오가면서 메타인지가 되기 시작하니 또 한 번 더 인상적인 일이 발생했다.

바로 만족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10만원이 25만원이 되고, 15만원이 35만원이 됐다. 심지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린 참가자의 만족도도 올라갔다.(20만원이 추가됐다!)

무엇이 만족도를 올렸냐고 왜 그렇게 느끼게 됐냐고 물으니 이렇게 회고를 함께 하면서 활동을 돌아보니 프로그램의 의의를 깨닫게 되고, 행동을 교정할 단서를 얻게 됐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내 만족도의 변화를 생각해 봤다. 나도 그들처럼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이내 속으로 외쳤다.

유레카!

아하 모먼트: 회고에서 관점으로

회고를 딱히 열심히 하지 않았다. "올해의 여행 결산" 이라던지, "매월 독서 정산" 등 시간 기반으로만 다뤄왔다. 분야도 제한적이었다. 가장 큰 관심 분야인 '투자'에 대해서는 그나마 몇가지 케이스가 있긴 했다. 대표적으로 SM 특수상황 투자 회고, 공모주 투자 회고

그래서 AC2 OT 경험 이후에 개인적으로 설정한 액션 아이템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더 많은 주제에 대해서 회고를 훨씬 짧은 사이클로 자주 해보자""나 혼자 하기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관점에서 해보자"였다.

'나 홀로 회고'로 얻을 수 있는 효용 보다, '다 함께 회고'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회고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노력하면 '회고'가 나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관점'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TROspective(회고)가

PERspective(관점)로 변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의 100% 반전

"호기심 반, 의심 반",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시작한 AC2 과정이었다. 그런데 첫번째 OT에서 모든 부정적 감정이 100% 긍정의 감정으로 반전됐다.

나도 놀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표현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데 원래 안티가 팬이 되면 그 팬심이 더 큰 법이라고 하지 않는가?

OT 참가 며칠 전, AC2 커뮤니티에서 몇몇 선배 기수에게 불명확한 참가 의사에 대한 내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내 고민의 요는 이랬다.

인간의 성장이라는 것은 그 의지와 마음이 곧다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공자 왈: 삼인행필유아사), 꼭 AC2여아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막말로 당신들도 AC2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에 대한 답변이 있었는데, 당시엔 와닿지는 않았었다.

AC2에선 그것을 현실 세계보다 압축적으로, 훨씬 더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보통의 당신이 시도하지 않았을 여러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직접 OT에서 AC2 과정 일부를 경험해 보니 저 답변이 이제 이해가 된다.

AC2는 정말로 잘 설계된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경험한 여태까지는 ㅎ)

현재 상태로 메타인지를 끌어올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에필로그: 그래서 50만원 중 얼마?

나는 어드바이저로 참가했고, 모델분이 내가 고른 아이템을 "평소의 나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아이템"이라고 표현해 주셨기 때문에, 내 만족도는 100점 만점이었다.(50만원),

-첨엔 이거보다 낫았는데 회고하면서 올라갔다.

내가 AC2에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 강화"인데(조직 행동론에서는 이것을 '동기부여' 혹은 '리더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을 충분히 잘 해낸 것 같아서?

그치만 다른 분들이 회고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내 만족도도 영향을 받았다. 이 세션을 통해서 '내 만족'이 아니라, '타인의 만족' 혹은 '공동의 목표 달성'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즉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50만원이 500만원이 될 수도 있고, 5,000만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5,000만원으로 만들려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행해야 할까? 그리고 15만원, 30만원이라고 한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고 느끼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사고가 연결됐다.

이게 아마 내가 AC2 과정에서 계속 구하게 될 큰 질문의 방향이 아닐까 한다.

이 생각의 씨앗이 앞으로 계속 커져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나무가 될 때 까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