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에는 매달 읽은 책을 계량하기로 했다. for better performance
1월에도 6권을 읽었고, 2월에도 틈틈이 5권을 읽었다. 최소 두 권 정도 더 읽을 수 있었는데, 패러마운트 헤일로 보느라 더 못 본 거 같다.(참고로 웨스트월드, 얼터드카본 이런 미래지향 사이파이 매니아인데, 헤일로 잘 만들었음. ㅋㅋ)
3월엔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길.. 반성 좀 하고, 2월에 읽은 책 정리 포스팅 시작!
2024년 2월에 읽은 책
1. 유난한 도전, 정경화
평점: 10/10
한 줄 평: 토스 포지션을 늘리자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창업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현장감 있고, 생생하게 토스의 발전사를 그려내서 재밌게 읽었다. 우버 이야기를 다룬 '슈퍼펌프드' 처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에서 나온 고객 집착, 그리고 내가 직접 토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고객 중심 사고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비바리퍼블리카는 훌륭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약 20조 원의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탑 금융지주사들과 유사한 규모이다. (포스팅 작성일 기준 KB금융지주 약 25조 원, 신한금융지주 약 21조 원 등)
지금 100주 들고 있는데, 500주 정도까지 포지션을 늘리고 싶다. 작년에도 이맘때에도 토스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못 샀는데, 역시 Actions speaks louder than words.
세상이 받아들이는 문제의 크기보다,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 크기가 너무 컸던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가 ‘옳다’고 주장하게 되는 거죠. 제품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쓰는 사람은 전혀 늘지 않았어요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제품인데, 리팩토링은 지옥에서나 하라”
겉에서는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승건을 몰아붙이는 힘은 정작 위기감이었다. 그는 기회 될 때마다 동료들에게 “우리는 미친 것처럼 보이는 꿈을 꾸지만 결국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뒷말은 생략한 채였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테니까.“
그 어떤 것보다 고객의 편익을 우선하는 태도가 홍민택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었다. 때때로 유혹에 사로잡히더라도 선의가 탐욕을 이기는 기업만이 100년, 200년 영속할 수 있다. 선의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결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이승건은 “오늘 이기고 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차라리 오늘 지고 내년에 이기는 방법을 찾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규칙에 더욱 엄격해지는 것이 당장의 전환율에는 손해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업계 그리고 고객들의 신뢰로 돌아올 터였다. 남들 눈을 피해 눈앞의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반 위에 올라 실패하는 편이 나았다. 그런 실패라면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었다. 토스는 여전히 넘어지고 깨지며 배워나갔다.
2. 현금의 재발견, 윌리엄 손다이크
평점: 10/10
한 줄 평: 주주 서한 느낌, 좋은 기업을 어떻게 골라낼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단서 제공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는 글인 주주 서한 느낌의 책이라 하루 만에 읽었다. 아쉬운 건 논문 베이스 책이라 그런지 완전히 주주 서한 느낌은 아니라 살짝 아쉬웠다.
내가 개인적으로 Play out하고 싶어 하는 Capital play 중 하나인 LBO 같은 기법에 대해서 재밌는 시각을 제공해 줘서 좋았음.
매력적인 경제성을 지닌 업종에 집중하고, 가끔 부채를 써서 대형 사업체를 인수하고, 경영을 개선한 다음 부채를 갚는다. 그리고 이를 반복한다.
훌륭한 투자자라면, 그리고 자본배분 책임자라면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한다. 싱글턴은 텔레다인 주식을 발행할 때는 평균 주가수익배수 25배 이상에서 했지만,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평균 8배 이하에서만 실시했다.
싱글턴의 강력한 청개구리 정신은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도 빛을 잃지 않았다. 뇌종양으로 사망하기 2년 전이던 1997년, 그는 텔레다인의 장기 투자자인 리언 쿠퍼먼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 무렵 대다수 《포천》 500대 기업들은 너도나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선언하고 있었다. 쿠퍼먼이 이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싱글턴이 대답했다. “만일 모두가 그렇다면, 뭔가 잘못된 거죠.”
“효과적으로 자본배분을 하려면······ 어떤 기질이 필요하지요. 성공적으로 자본을 배분하려면 냉철하면서도 개연성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투자자처럼 생각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스티리츠는 탁월한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었어요.”
스티리츠 본인은 자본배분을 포커와 비유했는데, 포커의 핵심 기술은 승률을 계산하고 특징을 파악해 승률이 아주 높겠다 싶으면 판돈을 크게 거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보유중인 사업이 이미 성숙했거나 월스트리트에서 저평가됐다고 생각되면 매각이나 분할도 쉽게 해치웠다.
소비재 업계에서 일찍이 차입매수의 가치를 꿰뚫어본 스티리츠는 사모펀드 같은 사고방식을 의도적으로 받아들였다. 멀케이가 깔끔하게 요약한 스티리츠의 경영관은 이랬다. “스티리츠는 랠스턴을 차입매수LBO와 다소 유사하게 경영했다. 그는 현금흐름이 원활하고 예측 가능하기만 하다면 높은 차입금이 주주들에게 이득을 안겨준다는 점을 처음 눈치 챈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이유를 막론하고 현금을 까먹는 사업은 처분했고,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우리의 수익 기준치에 적합한 사업을 이따금 인수하는 식으로 기존 사업에 더욱 열심히 투자했다.”
“장부가치, 주당순이익, 그 밖의 표준적인 회계지표들을 무시하려면, 당신에게는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지표들이 경제적 현실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더라도 말이다.”
스티리츠는 자기 시간을 빈틈없이 방어했다. 보는 눈도 많고 시간도 써야 하는 자선위원회를 멀리했고, 의례적인 점심식사자리도 “대부분 시간낭비”라며 피해 다녔다. 그의 설명으로는, “핵심을 얘기하자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일이라서, 아예 그만뒀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기업 이사회에 참석할 시간은 냈는데, 이는 새로운 상황과 아이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스미스는 새로운 사업권을 매각기업 현금흐름 대비 높은 배수로 매입해도, 실질적인 거래가격을 즉시 낮출 수 있게 됐음을 깨달았다. 비용 절감, 세금 지식, 마케팅 전문성으로 보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버핏은 대차대조표와 유형자산에 중점을 둔 검증되고 수익성 좋은 투자전략에서 벗어나, 미래를 내다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이는 브랜드와 시장점유율처럼 손익계산서에 기재하거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39년 동안, 시즈는 당초 투자금 2,500만 달러로 잉여현금 16억 5,000달러를 창출해서 오마하로 보냈다. 버핏은 이 현금을 뛰어난 능력으로 재투입했고, 시즈는 버크셔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흥미롭게도, 인수가격은 이러한 수익 창출에 비교적 역할이 미미했다.)
보험과 투자 모두에서, 버핏은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핵심요인은 ‘기질’, 즉 ‘남들이 욕심낼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는 욕심내는’ 의지라고 생각했다.
찰리 멍거는 버크셔가 인수에 나서는 방식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인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쉬운 결정을 기다릴 뿐이죠“
이 CEO들은 자신들이 뭘 찾는지 정확히 알았고 이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도를 넘어서 분석하거나 과도한 모델을 세우지 않았고 그들의 생각을 확인받으려고 외부 컨설턴트나 은행가를 찾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달려들었다. 랠스턴 퓨리나에서 빌 스티리츠의 오랜 부하였던 팻 멀케이 얘기처럼, 그들은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정확히 알았다
역발상 CEO들을 그리고 그들 기업의 성과를 다른 이들과 가른 것은 명백히 다른 두 가지 사고방식이었다. 스톤사이퍼와 틸러슨처럼 역발상 CEO들은 다른 모두가 관심 없을 때 무대 한 가운데에서 춤을 췄고, 음악소리가 가장 클 때는 수줍어하며 외곽 지역에 있기를 고수했다. 그들은 현명한 역발상 투자자들이었다. 수익이 별로다 싶을 때는 기꺼이 벽에 기대어 계속 서있었다.
역발상 CEO들은 대단히 유능한 인물들이었지만, 경쟁자들과 비교해 본 상대적 장점은 지능이 아니라 기질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중요한 것은 통찰력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시대에 뒤떨어진 덕목처럼 보이는 검소함과 인내심, 독립심과 가끔씩 과감함, 합리성과 논리를 강조했다.
3.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평점: 10/10
한 줄 평: 문과 끝판왕다운 문장과 사고방식
박주영 판사 글을 좋아한다. 판사라는 직업이 아무리 글을 쓰는 게 주된 직업인 사람이겠지만, 기계적인 완성도에 더해서 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찰리 멍거가 이야기하는 '격자틀 사고'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문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쯤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법정이라는 무대에 오른 드라마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법정은 모든 아름다운 구축물을 해체하는 곳이다. 사랑은 맨 먼저 해체되고, 결국 가정도 해체된다. 형사사건에서는 한 인간의 자유를 지지해준 법적 근거마저 해체시킨다. 재산을 나누고, 아이도 나눈다. 사랑의 잔해를 뒤적이고 수습하다 보면 법정이 도축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법관은 굳어버린 사랑을 발라낸 다음 가정을 이분도체, 사도체로 잘라내고 무두질한다. 법은 날카롭게 버린 칼이고, 법관은 발골사다.
아이들이 모두 천진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짜장면은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어머니를 둔 아이들은 영악하다
무력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 지만, 공권력 중 가장 강력한 국가의 형벌권은 가장 늦게, 최소한으로만 발동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과 적법의 영역에는 선악이 개입 될 수 없다. 선의에서 비롯된 불법도 있고 악의에 차 있지만 적법한 행위도 있다. 법정은 선악의 공론장이 아니다. 선악은 양형에 다소 참고될 뿐이다.
갈등은 부글부글 끓어올라야 한다. 분노와 갈등이 드러나지 않고 침잠하면 안으로 썩을 뿐이다. 부글부글 끓어야 맛있는 김치가 되고 술이 된다.
법은 제정 당시의 다양한 현실 문제들을 추수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일단 제정된 이후에는 그 해석을 통해 실질적인 규범력을 가지며 생명력을 유지한다. 법의 사문화를 피하려면 법의 해석 역시 당면한 시대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 역시 나를 믿지 않는다. 내게 있어 과거의 나는 완전한 타자다. 과거의 나와 조우하는 상황은 흔히 발생한다. 과거 일기나 사진을 볼 때, 예전 판결을 볼 때 등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마이클 샌델처럼 질문으로 답해서는 안 된다. 철학교수와 판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판사는 딱 부러지게 답해야 한다. 오답이라도 줘야 한다. 간청을 들어주는 이유와 들어줄 수 없는 이유 역시 명쾌해야 한다. 그게 판결이다. 군인이 기계적으로 전투에 임하듯, 판사는 본능적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이게 재판의 모습이다.
삶의 무게중심을 맞추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 재판도 마찬가지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주위 여건이나 환경이 흔들릴 때 여지없이 넘어진다. 레미콘 차량 속 콘크리트는 끊임없이 돌려야 응고되지 않는다. 멈추면 굳기에 흔들려야 한다.
"철저한 자기 본위의 생활은 대인 관계에 있어서 극히 비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비정한 자기 본위의 생활에 틈이 생기거나 흠결이 생기면, 수도는 끝장이 나고 선객은 태타에 사로잡힌 무위도식배가 되고 만다.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게 비정해야만 견성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중략) 비정 속에 비정을 씹으면서도 끝내 비정을 낳지 않으려는 몸부림, 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바로 선객들의 생태다. 진실로 이타적이기 위해서는 진실로 이기적이어야 할 뿐이다.
4. 필립 코틀러 마케팅의 미래, 필립 코틀러 , 허마원 카타자야 , 후이 덴 후안 , 제키 머스리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충격적으로 Full of shit이라서 20% 읽고 중단.(그래서 이 책은 읽은 5권 중 하나로 카운트도 안 된다. 그래도 읽다 드랍 한 것도 정리는 하고 싶어서 써봄)
원론적인 내용은 쓸만한 것들이 많은데, 시대가 지나도 한참 지나버린 경영학 원론을 읽는 느낌. 사례도 잘못된 것이 언급되고. ㅋㅋ
근데 언제적 코틀러냐 아무튼 학계는 현장보다는 빠를 수가 없으니. 나도 꼰대가 됐나보다. ㅋㅋ
진짜 당연한 얘기들이 많았음. 근데 정리는 잘했음 도표나 프레임워크 같은 거. ㅋㅋ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가적 마케팅”은 이펙츄에이션이랑 내용이 꽤 겹치는 느낌을 받음. 오히려 이펙츄에이션은 현장을 많이 반영한 책이었는데.
이 책의 장점: 프레임워크 제공
단점: 대부분 경험적으로 아는 내용들을 이쁘게 정리한 것일 뿐
우리가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에서 확인하는 것은 과거의 결과다. 특히 기업가정신-전문성과 리더십-관리의 요소들이 강력한 통합을 이룰 때, 현재 활동이 회사의 현금흐름과 시장가치를 결정한다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은 실제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데, 사내에서 마케팅이 그보다 느린 속도로 전개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잃고 만다.
기업가의 접근 방식을 적용하는 사람들은 격차를 식별하고 과감히 의사결정을 내릴 뿐 아니라 행동에 대한 결과를 직시하고 다수의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할 줄 안다.
기업들이 강력한 차별화를 유지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고객 중심 접근법(개인화와 맞춤화에 중점을 두는 방법)에 기초하여 가치 제안을 구축해야 한다. 만약 창의력과 혁신 능력이 부족하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는 머지않아 범용화되고 가격 전쟁price war(산업 전체가 연쇄적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에 들어가는 현상-옮긴이)이 초래될 것이다.
5.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 그레고리 주커만
평점: 10/10
한 줄 평: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도 인간이다.
세계 최고의 퀀트 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
성공한 수학자인 짐 사이먼스가 퀀트 시대를 어떻게 개척했는지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외부 소스를 통해 그 어떤 글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써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슈퍼펌트 같은 느낌의 책이네 ㅋㅋ)
퀀트의 창시자 격이니 제임스 사이먼스는 엄청나게 냉철하고 이성적일 거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데도 수학과 과학이라는 도구에 집착해 통해 인류가 자본시장에서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성취를 이뤘으니, 인간의 지력과 의지력에 대한 경외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집착해야 하는 도구는 무엇인가? 고전에 대한 탐독인가? 나만의 명확한 관점인가? 무엇을 해야 나는 나만의 일가를 이룰 수 있을까?
논문 몇 백 페이지를 읽은 뒤 사이먼스와 동료들은 포기했다. 논문에 나온 전략이 사람들을 감질나게는 하지만, 메달리온 연구원들이 학계에서 제안한 전략의 효능을 직접 테스트해보면 추천한 트레이드 방식은 널리 사용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논문을 많이 읽은 탓에 르네상스 내에서는 금융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에 관한 냉소주의가 더 심해졌다.
브라운은 훗날 이를 두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시장이 상승하는 이러 저러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그건 모두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잠재적 채용 후보들 중에 르네상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런 기업에 합류한다는 것은 지금껏 쌓아 온 개인적인 인정을 포기하고 대중의 관심이나 찬사를 결코 얻지 못하며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생소한 개념의 프로젝트에 몰두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패터슨과 동료들에게 LTCM의 붕괴는 주문처럼 되뇌는 르네상스의 기존 만트라를 더 강화해야 할 계기가 됐다. 즉 트레이딩 모델을 과도하게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르네상스의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었지만, 모든 공식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 결론에 따라 펀드의 위기관리 방식이 더욱 강화됐다.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거나 시장의 변동성이 갑자기 높아지면 르네상스 시스템은 자동으로 투자 포지션과 위험을 줄이려 한다. 예를 들면 1998년 가을에 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메달리온은 선물 트레이딩을 25퍼센트 줄였다. 이에 반해 LTCM은 전략대로 되지 않아 허둥대며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동안에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더 키웠다.
또한 D. E. 쇼와 LTCM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혀 경험이 없는 시장에 빠져들었다. 바로 덴마크 모기지 시장과 온라인 뱅킹이었다. 이는 사이먼스 팀에게 신규 비즈니스 진출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더욱 다듬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줬다.
기업의 분기별 수익 보고서 같은 일부 새로운 정보들은 그렇게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식 분석가의 수익 예측과 기업에 관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 주는 데이터는 도움이 되기도 했다. 기업의 실적발표와 기업 현금흐름, R&D 투자, 주식 발행 및 다른 요인 이후의 주가 패턴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었다. 르네상스 팀원들은 한 기업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또는 그저 루머 수준이든 뉴스 피드에서 얼마나 많이 언급됐는지 측정하는 단순한 방법도 개발하며 예측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우리는 전체 트레이드 중에서 50.75퍼센트만 적중했네. (······) 하지만 그 50.75퍼센트에서는 100퍼센트 정확했어. 그렇게만 하면 수십억 달러도 벌 수 있다네.”
창의적인 투자자는 전화 회의에서 들리는 경영자의 목소리 톤과 소매상점들의 주차장에 드나드는 자동차 수, 자동차 보험 신청 기록,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추천 내용들을 세밀히 조사해 수익을 올려 줄 수 있는 연관성과 패턴을 확인한다.
법원 판결과 법적 조정, 채권자 협상이 필요한 부실 채권과 같은 일부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경험 많고 영리한 전통적인 투자자들과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여전히 번창할 수 있다. 비록 알고리즘과 컴퓨터 주도로 투자하는 사람들은 꺼리는 방식이지만 말이다.
르네상스가 확보한 그 모든 독특한 데이터와 컴퓨터 성능, 뛰어난 인재, 트레이딩과 위험 관리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는 전체 트레이드 중 겨우 50퍼센트가 넘는 트레이드에서만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시장을 앞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그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이먼스는 청중들에게 몇 가지 인생 교훈도 얘기했다. “가능한 한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세요. 여러분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면 더 좋습니다. (······)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쉽게 포지하지 마세요.”
“아름다움을 추구하세요. (······) 기업을 운영하거나 실험을 실행하거나 수학 정리를 만들 때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가 잘되면 거의 심미적 관점에 가까운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퀄리티 투자, 테리 스미스
평점: 10/10
한 줄 평: 내가 추구하던 투자 스타일을 이미 이룩한 선구자, 테리 스미스
펀드 스미스에 투자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다. (불가능. ㅋㅋ)
많은 투자 구루의 책을 읽었지만, 내가 추구하는(혹은 앞으로 옳다고 여기고 추구해야 할) 투자전략과 가장 유사한 방식의 투자자가 바로 테리 스미스였다.
그리고 영국인 특유의 블랙 유머까지, 아주 대단한 재치를 가진 사람이 아닌가?
테리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최대한 짧게 요약하면, ‘가격 대비 가치가 높고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높은 퀄리티와 회복 탄력성을 갖춘 소수의 대형 승자 기업에 집중투자하면 결국 우수한 투자 실적을 낼 수 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형편없는 기업”을 매수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일이 잘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가치는 꾸준히 무너진다.”
고퀄리티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선 단순히 다른 사람과 반대로 하는 ‘역투자’가 아니라 “팩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역발상 투자자의 외로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테리는 많은 투자자가 “시장 사이클의 저점 근처에서 매수해 고점 근처에서 매도하는 전략”인 ‘마켓 타이밍’을 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다고 비판한다.(16장) 그는 이 책에서 “이 일을 해내는 사람이 만약 존재하더라도 극소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본인은 그 극소수에 속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17장)
테리는 조 프레이저가 그토록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그가 경쟁했던 상대(조지 포먼George Foreman과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와의 관계와 그들과 치른 시합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썼다. “우리를 정의하는 건 우리가 겨루는 상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상대가 권투 선수든, 은행가든, 정치인이든.”
테리를 독보적이게 하는 건 거침없이 이어 온 승리가 아니다. 어떤 입장을 취할 때 선택한 원칙이다.
내게는 미래 거시경제나 지정학적 사건, 나아가 시장이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아맞힐 통찰력이 없다. 우리가 경기 침체나 약세장에 돌입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에 이를지, 이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한다. 대신 펀드스미스는 예측이 옳았다고 판명 날 몇 안 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하는데, 바로 투자하는 기업의 펀더멘털 실적이다. 지금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이번 경기 하락 국면에서 시기상조인 것이 확실하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투자 기업의 펀더멘털 실적은 견고했다. 금리나 인플레이션의 수준이 아니라 바로 그 펀더멘털 실적이 우리 펀드의 장기 투자 실적을 결정한다.
인상깊은 문장을 100개 가까이 적어놔서 다 옮길 수가 없다. 책 읽으면서 문장 옮겨놓은 페북 포스팅을 여기 옮겨둔다.
1년에 한 번씩 읽어야 할 문장들.
아직까지는 매월 읽은 책 정리하기로 한 게 잘 작동해서 책을 많이 읽고는 있다. ㅋㅋ
3월에도 5권만 읽자. 그러면 올해 60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