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비행은 정말 재밌다. 돈 버는 일이 아니고 쓰는 일이라 그런가?
달라스 애디슨 공항(KADS)을 떠나며 바라본 다운타운 야경
PPL 취득 후 내 나이보다 2배는 많은 비행기를 끌고 대한민국보다 7배 큰 텍사스 전역을 누볐다.
순댓국을 먹으러 달라스 한인타운으로 향하는 밤 비행을 서슴지 않았다, 치즈버거가 유명하다는 2시간 거리의 공항으로, 바비큐가 유명하다는 동네로 놀러 가고, 굴을 먹으러 뉴올리언스로, 스프링브레이크 땐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축구하러 비행기 손수 끌고 원정을 가고, 계기 접근 절차 연습한다고 하루에 한대의 항공기도 방문하지 않는 황량한 공항에 가 혼자 무선 교신을 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비행기에 기름을 넣는 파일럿에게 빌려주는 2시간짜리 무료 관용차를 타고 공항 근처 맛집을 누볐다. 면장에 잉크도 안 마른 초짜 파일럿만 믿고 신난 친구들을 태운 채 거센 바람에 Go around를 외치며 랜딩 직전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같이 다른 주로 1박 2일, 2박 3일씩 비행기를 끌고 Inter-state flight를 다녀오기도 했다.
호텔에 지갑을 놓고 돌아오다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되돌아가 지갑을 찾아온 적도 있다. 남부 이곳저곳을 누비는 비행 그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서 프로페셔널 파일럿에 대한 마음도 생겨났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은 결국 내가 미국을 떠나 다시 한국의 스타트업 씬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