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무언가가 삶의 일부가 되는 경험
처음으로 스카이다이버를 두 눈으로 직접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산악자전거, 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던 제게 스카이다이빙은 언젠가 꼭 체험하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스카이다이버가 나타났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하늘을 가르며.
꿈꾸던 풍경 속 주인공이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곧바로 자격증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충주 강하장,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본인
지상 교육을 받고 미사리 강하장에서 홀로 처음 점프한 순간, 스카이다이빙은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일상으로 저를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말 점프를 위해 금요일 밤에 일찍 자고, 사용하는 어휘나 돈 씀씀이가 달라지기도 했죠.
2018년, 미사리 강하장, 스카이다이브코리아 이동우 대표님과 함께
스카이다이빙은 그렇게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 없이 가볍고 또 무거운
살다가 종종 만나는 어떤 순간이 삶의 일부로 느껴질 때면 익숙한 기시감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 순간이 언젠가 내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어!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삶의 일부'라는 단어는 꽤 어렵게 느껴집니다. 지속적으로 내 일부분이 될 수 있게 꾸준히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일부였다 스러져 간 수많은 게 떠오르지 않나요? 예를 들면 전여친이나, 전전여친이라거나, 전전전전여친 같은..?
이렇게 "삶의 일부"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겐 무겁고 누군가에겐 가벼울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말했죠.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그의 말처럼, 무언가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가 그것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무언가가 채우는 순간은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일상의 순간이 가볍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삶의 순간마다 항상 달라지는 것 같고요.
Perseverance: 인내
미항공우주국(NASA)이 2020년 7월, 화성을 향해 쏘아 올린 탐사선에는 Perseverance라는 로봇이 실렸습니다.
이 녀석은 화상 지질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로버로 이름 Perseverance를 한글로 번역하면 '인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NASA에서 이 로버 이름을 정하기 위한 공모전을 했는데, 당시 버지니아의 7학년(한국 나이로 치면 12살에서 13살 정도) 학생 Alexander Mather가 지은 Perseverance가 그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나사의 블로그에 따르면 선정 평가는 이랬습니다.
"알렉스와 그의 친구들은 아르테미스(나사의 차세대 달 탐사 미션) 세대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화성을 향한 다음 스텝을 밟아 갈 주역이죠. 그 야심찬 일에는 항상 인내심(Perseverance)이 필요할겁니다. 이 이름이 화성에 가있는 걸 얼른 보고싶네요"
Perseverance의 성공적인 화성 착륙 과정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착륙 과정에서 펼쳐진 낙하산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낙하산에 쓰여있던 비밀 메시지 때문이죠.
네티즌 중 한명이 영상 공개 6시간 만에 이 2진법 메시지를 해독했다고 합니다.
NASA 엔지니어들이 이스터에그로 2진법 메시지를 숨겨뒀는데, DARE MIGHTY THINGS, "감히 위대한 일에 도전하라"라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위대함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슴에 새길 말 같죠. 실제로 이 문구는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의 모토라고합니다.
알렌 첸(Allen Chen) NASA 엔지니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놀라운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것 외에도 우리의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때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그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 작업에 메시지를 남긴다"고 밝혔다.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뜻의 라틴어인데요, 빵형이 나오는 '애드 아스트라'라는 동명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죠.
Perseverance는 보통 "인내"로 번역하지만, 저는 이것을 "역경이 있더라도 이겨내는 꾸준함“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런 꾸준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별을 향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꾸준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삶의 일부가 될 때까지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노력의 순간이 모이면 그게 바로 위대한 업적 "MIGHTY THINGS"가 되는거 아닐까요?
이분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NASA가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해 나아가라는 의미에서 DARE MIGHTY THINGS라는 낙하산을 장착한 Perseverance를 화성에 보낸 것처럼, 저 또한 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나갈 뿐입니다.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은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꾸준히 글을 쓰며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MIGHTY한 일이죠.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6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작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꾸준함과 루틴의 힘에 대해 이렇게 강조합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저도 최근 1년 간 글쓰기가 제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함께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심지어 이런 사람을 모아 서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이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모인 분들이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또 성장합니다. 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생긴 것이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걸 다 했냐고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