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상장 공모주, 이걸 해 말아?

동시 상장 공모주, 이걸 해 말아?

해보기 전엔 모르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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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업데이트: 동시상장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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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개 공모주를 하는 동안 첫 마이너스 손익을 기록했다. 티쓰리 수익과 티에프이 손익을 계산하면 총 460원 손해를 봤고, 2.3% 파킹통장 기회비용도 안나온 셈.
그래도 교훈을 얻었으니 됐다.

교훈: 동시 상장 공모주의 경우 탁월한 우위에 있는 한가지 종목에만 투자한다.

꾸준함은 언젠가 빛을 본다

공모주에 1년 넘게 투자하면서 참가한 모든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다. 21년 7월부터 22년 11월 현재까지 약 16개월 동안 51개 공모주에 투자했고 약 650만 원의 수익을 냈다. 놀랍게도 손실은 0원이다.

이렇게 정보를 모아 데이터로 만들어 두니, 공모주에 어떻게 투자해야 돈을 잃지 않을지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계기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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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강의를 하게 해 준 실제 참가 데이터)

항상 정보는 모이면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관점(View)을 만나면 살아있는 이야기(Narrative)가 된다.

나는 이 데이터 속에서 자체적인 공모주 평가 프레임워크를 직접 개발해냈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공모주 강의를 하기도 했다.

(공모주 분석 프레임워크, 강의 자료지만 일부 공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공모주는 하방이 막혀있고, 상방은 열려있는 비대칭적인 기회이다.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비교적 짧은 시간만 노출되기 때문에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주는 창구라는 생각도 확고하다. 이 논리를 **"공모주 안 하면 바보"**라고 표현하기도했다. ㅋㅋ

그리고 나는 내 공모주 투자를 관통하는 Thesis를 **"Gradarius Firmus Victoria"**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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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래소, 축구 좋아한다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미드!)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테드 래소'에 나오는 가상 축구 구단 AFC 리치몬드의 모토로, 국문으로 번역하면 "느리지만 확고한 승리"가 된다.

확실한 승리가 예상되는 공모를 정확히 파악해 작은 수익일지라도 꾸준히 계속 하자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개발한 프레임워크는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내릴 수 있게 돕는 도구일 뿐, 복잡한 현실세계를 완벽히 반영하지 않는다.

변수가 새롭게 별견되면 이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반영해 꾸준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수강생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설파했다.)

동시상장이 수익률에 주는 음(-)의 영향

최근 2개 공모주가 같은 날 상장하는, 이른바 '동시상장'의 경우 수익률이 크게 내려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세 자리 수익률이 날 만큼 충분히 좋은 공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이 나뉘어 상승폭이 작아지는 패턴이 관측된 것이다.

실제로 공모에 참가한 '모델솔루션'이 동시상장이었고, 17.5%의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15개월 간 참가한 공모주 평균 수익률(50%)을 한참 밑도는 매우 저조한 결과였다.

여태까지 공모주 참가하면서 동시상장이라는 Factor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자체 개발한 프레임워크 분석 결과는 분명 충분한 상승여력을 보여줬기에 더 실망감이 컸다.

공모주를 다루는 여러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리서치해보니, 대다수가 최근 동시상장의 낮은 수익률을 언급하고 있었다.

시장이 좋을 땐 동시상장에도 좋은 흐름을 보여줬지만, 최근 증시 상황에서는 동시상장이 공모주의 최종 수익률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변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렇지만 공모주는 계속할 거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 상장일 때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늘 그랬듯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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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11월에 동시상장하는 회사가 있었다. 미래에셋에서 공모하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이하 티쓰리)라는 게임회사와, IBK 증권에서 공모하는 티에프피라는 반도체 관련 회사. 상장일은 11월 둘째 주.

먼저 나의 공모주 참가 루틴인 분석 프레임워크를 적용해봤다. 둘 다 참가해야 하는 공모주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으로 동시상장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를 정확히 측정해야 했다. 동시상장에 대한 시장 기록을 찾아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고, 시장 상황과 공모주 수급에 대한 리서치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사고 실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최종 결론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시상장 공모 참가 과정의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을 글로 남겨 결과를 복기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둘 다 꼭 참가하고 싶은 주식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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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쓰리와 티에프피 모두 시가총액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기관 경쟁률 또한 높은 인기 공모주의 특성을 보여줬다.
다만, 기관은 일정이 겹치면 비교적 더 높은 수익을 줄 종목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 기관은 명백히 티쓰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티쓰리 공모 주가 할인폭이 티에프피 보다 컸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더 높은 경쟁률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을 3가지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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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어도 고!"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역선택을 하려다가, 역시 공모가를 50% 이상 할인한 티쓰리의 상승여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티쓰리에 비중을 더 둬서 전체 자금을 6:4로 분배하기로 했다. 역선택의 단점으로 손실폭이 커질 수 있으나, 분석 후 참가한 공모주 손실율이 0%일 정도로 안전마진을 두기 때문에 하방이 충분히 경직됐다 판단했다.

참가와 자금 분배에 대한 부분은 정리했으니 공모주의 꽃, 매도에 대한 부분도 정리를 해야 한다. 나는 여태까지 참가한 모든 공모주를 장 개장 이후 5분 내로 모두 시장가로 매도했다.

이게 더 높은 수익률을 준다는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공모주 강의 때 꽤 뎁스 있게 설명했었다.

동시 상장의 경우, 매도할 때 2개 앱을 왔다 갔다 하면 정신 없을 거 같아 아예 접속 디바이스를 분리해 각각의 화면을 보면서 대응하는 것으로 전략을 짰고 실제로 익스큐션 할 수 있게 제반 준비도 마쳤다.

결과

이 글을 포스팅하는 11월 9일 16시 10분 기준, 티에프피 공모가 일반 청약 경쟁률 176:1로 마감됐다. 11월 8일 티쓰리가 2,769:1로 일반 청약을 마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15시 30분까지 경쟁률을 보면서 내가 맞는 의사결정을 하는 건가 싶었다. 자금을 6:4로 나누긴 했지만, 티에프피도 n억 원 이상 투입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적어 배정 수가 많을 때 주가가 내리면 손실폭이 커진다는 것이 먼저 생각났다.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이란 ㅋㅋ. 하지만 역선택으로 낮은 경쟁률의 장점을 레버리지 하는 전략임을 스스로에게 다시 상기시켰다.

원칙을 정했을 때, 원칙대로 싸워보지 않고서 그 원칙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방법은 없다. 그리고 원칙 없이 얻은 승리는 결국 나를 망가뜨린다. 오히려 원칙에 입각해 아슬아슬한 차이로 얻은 패배가 나를 더 성장시켜준다고 믿는다.

나는 데이터가 없을 때 직접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원칙이 있기에 준비한 자금 그대로 공모에 참가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너무나 궁금하다. 공모주 참가 Thesis 인 "느리지만 확고한 승리"로 나를 이끌 것인가? 아니면 나를 성장시키는 아슬아슬한 패배가 될 것인가?

11월 17일 상장이라 아직 수익에 대한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 블로그를 구독한다면, 결과 포스팅을 업데이트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