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선택을 생각했을 때, 이 회사를 좋아할 것, 사람으로서 신용할 수 있을 것,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모로사와는 모두를 가지고 있었어요. 딱 맞았죠"
현장에 대한 낭만, 사람에 대한 낭만, 업에 대한 낭만. 아직도 일본은 낭만이 있는거 같다.
한국의 낭만은 뭘까? 라고 생각해봤을 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 한강의 기적? 오십원으로 수주한 현대의 기적? 고도 성장기 기업가들의 신화적 이야기가 떠오르긴 하는데..
2024년 5월, 코코 이치방야를 운영하는 스카이 스크래퍼 사장에 취임한 모로사와 리노(諸沢莉乃), 22세(...).
15세에 아르바이트로 입사(고1), 사내 접객 대회(...)에서 우승한 후 점장으로 일도 해봤지만(16세), 대입 실패후 자원봉사 단체에서 일하다가 다시 코코 이치방야 아르바이트로 입사(19세), 사내 접객 스페셜 리스트로 선발(20세).
선발 후 사장과 식사할 때 사장이 '사장 해볼래?'라고 한 말에 '예'를 한 다음, 2년간 경영 수업을 마치고 22세에 정식 사장으로 취임.
성공 비결(?)은 초긍정적인 자세. 밝은 사람. 그리고 실수에서 배우는 타입. 어머니가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었다고(좋은 면을 먼저 보는 사람).
사실 공부는 뛰어나지 않았는데(대입 실패후 포기), 여러 인터뷰를 보니 '보면서 따라 배우는 사람'이었다. 본 받고 싶은 선배가 있어서, 그 선배를 보고 자랐다고.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카피.
다른 말로, 계속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는 타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복기, 반성, 개선...
사장을 물려준 전 사장도 재밌는 사람이었다. 니시마키 다이스케. 26세에 코코 이치방야를 시작했던 사람. 53세 퇴직을 목표로, 후계자 물색중 만난 사람이 모로사와.
그녀가 현장에서 바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을 기살려 내는 걸 보고, 후계자로 점 찍고 OK 받을 거란 기대는 없이 사장 할래? 해봤는데 OK 해버렸다고.
“후계자 선택을 생각했을 때, 이 회사를 좋아할 것, 사람으로서 신용할 수 있을 것,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모로사와는 모두를 가지고 있었어요. 딱 맞았죠"
공부를 못한다고 모든 걸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게 배운다.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 모로사와는 다행히 자기에게 딱 맞는 자리를 찾았다.
그걸 눈 여겨 본 사장의 눈썰미도 좋았고. 사실, 아르바이트 할 때부터 사람들 평가도 굉장히 좋았다고. 회사 입장에선 학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놓치기 싫은 인재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전임 사장(현 회장)이 한 말이 맘에 들었다.
"거짓말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고, 어쨌든 인간성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기도 했고요. 이 타이밍에 그녀가 사장직을 승계해 준 것은, 나에게는 정말로 행운입니다.
아저씨가 아저씨에게 바통 터치해서 뭘 어떻게 하라고요. 그래서 뭐가 바뀌는데요. 그런 건 난 할 수 없어요."
가끔 옆에서 젊은 사람 보니 대단하다- 청춘을 응원합니다- 뭐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나이가 나이가 된 탓이다.
후배를 응원하는 건 멋진 일이긴 하지만, 정말 응원한다면, 그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면, 자리를 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알아서 열심히 하면 응원할 게-라는 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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